「PC시장에서의 가격하락과 경쟁심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계에 한 줄기 서광이 비칠 것인가.」
각종 가전기기의 디지털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HDD를 탑재한 가전기기의 등장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HDD업계가 이 분야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는 분야는 테이프 대신 HDD를 탑재한 새로운 디지털 비디오 리코더(DVR)의 등장이다. 미국에서는 티보와 리플레이 네트웍스라는 실리콘밸리 신생업체가 이미 TV프로그램을 HDD에 저장해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종류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해주는 TV 세트톱박스 형태의 제품을 선보였고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마쓰시타, 필립스, 소니 등 대형 가전업체들이 같은 컨셉트의 제품을 내놓을 계획으로 있는 등 이 분야를 둘러싼 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전업체들에 있어 이 새로운 장치는 단순히 디지털화한 VCR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PC가 필요없는 홈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중심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HDD업계는 이 시장에 대응해 오늘날의 HDD를 가전기기시장에 적합하게 발전시킨 AV(Audio Visual) HDD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가전기기에 탑재되는 AV HDD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기존 컴퓨터용 제품과는 다른 새로운 명령어세트와 인터페이스, 초대용량 플래터를 개발해야 하는 등 선결과제들이 있다.
퀀텀, 웨스턴디지털, 시게이트 테크놀로지 등 주요 HDD업체들은 가전기기용 HDD는 생방송 일시정지 기능 등 기존과는 색다른 기술들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는 HDD 덕분에 DVR를 통해 TV를 보던 시청자들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난 후 잠시 볼일을 보고 나서 좀전에 보던 부분부터 끊김없이 이어볼 수 있게 된다는 것.
가전업체들에게 AV HDD는 신기한 새로운 기능들을 제공하는 장치 이상이다. 이들 업체는 저장장치 장착 가전기기를 가정내 멀티미디어 데이터 저장소로 만듦으로써 홈네트워크 시스템의 중심에서 PC를 몰아내고 완전한 가전제품들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AV HDD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려면 우선 HDD 저장용량의 문제가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플래터 한장당 10GB의 대용량을 지원하는 HDD가 양산돼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오늘날 PC에 사용되는 HDD는 플래터당 저장용량이 6.8GB 수준이고 퀀텀과 후지쯔만이 지난달 플래터당 8GB를 약간 넘는 제품을 내놓은 정도다.
AV HDD시장과 관련, HDD업계도 대용량 제품의 개발이 필수조건이라는 데는 이견을 달지 않고 있으며 HDD 기술의 빠른 발전속도에 비춰볼 때 플래터당 10GB의 벽을 깨고 이들 제품의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곧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저장용량에 이어 AV HDD시장의 성공을 가름짓는 조건으로 가전제품에 맞는 표준 및 인터페이스를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가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IEEE1394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AV HDD용 표준 프로토콜과 명령어세트 개발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이밖에 HDD에서 스트리밍 미디어를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느냐도 문제다. 이와 관련해 시게이트는 이달중 자체 개발한 기술인 시스트림(SeaStream)이라는 기술을 발표하고 표준기관에 표준안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시스트림은 기존의 읽기쓰기 직접메모리액세스(DMA) 명령어를 오디오 비디오 스트리밍 데이터에 맞게 수정하는 한편 새로운 서브명령어를 추가한 것으로, 기존 AT어태치먼트(ATA) 인터페이스 기반 HDD를 AV용도에 맞게 확장한 인터페이스 규격이다. 시게이트측은 이와 관련해 현재 대부분의 HDD업체들은 표준화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지만 다양한 공급선을 두길 원하는 가전업체들로부터 표준화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자사는 이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퀀텀도 3년 전부터 비PC용 HDD 개발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이 분야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새로운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한 덕분에 퀀텀은 현재 티보와 리플레이 네트웍스가 판매하는 DVR제품에 유일하게 HDD를 공급하고 있다.
퀀텀에 비해 출발이 뒤진 웨스턴디지털도 가전업체들과 협력해 가전기기용 제품의 개발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웨스턴디지털은 소니와 협력, AV HDD용 부품 및 펌웨어 개발은 자사가 맡고 인터페이스 및 아키텍처, 프로토콜 개발은 소니가 하는 식으로 분담해 왔다.
한편 전문가들은 현재 HDD업체들이 각자 독자적인 프로토콜 및 명령어세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곧 IEEE1394가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 AV프로덕트그룹의 러셀 그래프 부사장은 내년 중반까지 1394 인터페이스를 채택한 AV HDD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1394 기반 AV HDD용 명령어 세트는 1394 표준화단체의 AV 워킹그룹에서 검토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10월까지 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AV HDD가 시장에서 실제로 성공을 거둘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 저장장치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크트렌드의 한 관계자는 『TV나 VCR와 같이 더이상 큰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제품들을 판매하는 데 지친 가전업체들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장치의 등장에 목말라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 시장은 워낙 변수가 많아 AV HDD의 성공을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존에 단순한 TV기능에 익숙해 있던 시청자들이 AV HDD를 기반으로 한 인터액티브 장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미지수라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IDC의 분석가는 올해 미국시장에서 AV HDD 판매대수는 약 30만개 수준으로, 1억대 규모에 달하는 PC시장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지만 향후 1년 안에 DVR장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고 HDD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AV HDD가 점차 대중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IDC에 따르면 AV HDD 시장은 미국에서만도 내년 100만대 규모에서 오는 2005년에는 1300만대 규모로 대폭 성장할 전망이다.
<안경애기자 ka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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