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게임광」이라고 불리는 경지에 오르면 한 두 번쯤은 게임을 직접 개발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게임광들 가운데 일부는 「언더그라운드」 개발자를 자임하며 PC통신이나 게임동호회에서 파트너를 찾아 팀을 구성하고, 역시 통신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고 상품화까지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광주에 사는 김광삼씨(28·「별바람」)와 부산에 사는 안영기씨(27·「SMgal」)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마추어 개발자로 활약하고 있던 차에 지난 97년 PC통신 하이텔 「게임제작동호회(GMA)」에서 의기투합, 「S&G」라는 이름의 팀을 결성하고 게임개발에 나섰다.
의대 출신인 김광삼씨는 기획·그래픽·음악을 담당, 1인3역을 하고 있으며 안영기씨는 프로그래밍을 담당한다. 이들의 작업공간은 PC통신의 대화실이며, 대부분의 작업을 전자우편과 채팅을 통해 해결한다. 급한 사안이 있으면 휴대폰을 동원한다. 하루작업 시간은 평균 6시간이며, 개발비는 각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조달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 97년말 「데자부」라는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어 하이텔과 투니버스가 공동주최하는 공모전에 입선, 언더그라운드 개발자들 사이에서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현재는 올 연말 완성을 목표로 「그녀의 기사단」이라는 작품을 개발중이다.
지난 2년동안 이들이 직접 대면을 한 것은 단 세 차례. 오로지 통신상에서 확인된 활동경력과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는 신뢰가 유일한 팀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다.
김광삼씨는 자신들의 개발환경에 대해 『우선 사무실이 필요없고 개인의 생활이 구속받지 않기 때문에 매우 자유스럽다』고 장점을 강조하면서도 『얼굴을 맞대지 않고 의사를 교환하는 만큼 서로의 의도가 빗나가 시간을 낭비하는 단점도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그녀의 기사단」이 완성되는 대로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지만, 『상품성보다는 작품성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밝힌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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