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디지털방송 왜 연기했나

 최근 한 일본 언론은 일본 우정성이 주파수 분할 문제로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실시 시기를 18개월 가량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 국내 방송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일본의 디지털 방송 일정 연기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일본 우정성에 확인한 결과, 일본 정부는 디지털 방송의 본격 실시 시기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되 채널 배치일정만 18개월 가량 연기하기로 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발표했다.

 일본 전국의 66%를 커버하는 기간국에 대해선 2000년 4월까지 채널 배치를 완료, 예정대로 본방송을 실시토록 하나 나머지 대·소규모 중계국에 대해선 채널 배치 시기를 미루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도시지역에는 디지털 방송을 일정대로 추진하되 이외의 지역에 대해서는 채널 배치 관계로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초 일본 우정성은 2000년부터 기존 사업자들에 디지털 방송사업자 면허를 내줘 디지털 방송을 시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동경·오사카·나고야지역의 방송사업자는 오는 2003년(기타 지역은 2006년)까지 디지털 방송 면허를 신청해 디지털 방송을 실시하되 이 기간 동안 허가신청을 하지않으면 신규 사업자에 디지털 방송 면허를 내준다는 게 골자였다.

 원래 98년 12월 확정된 우정성 계획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99년 6월까지 채널 배치 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채널 배치방식은 채널당 6㎒대역을 할당하고 단일주파수망(SFN)을 구축, 전국적으로 하나의 채널을 사용토록 한다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가 SFN을 구축키로 한 것은 유럽의 디지털 방송방식인 디지털 비디오 브로드 캐스팅(DVB ­ T)방식과 유사한 ISDB ­ T(Integrated Service Digital Broadcasting)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국내 표준인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방식은 SFN의 구축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본의 SFN 구축 계획은 주파수 자원의 부족이라는 벽에 부딪쳐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SFN을 구축하기 위해선 전국적으로 단일의 주파수를 사용해야 하는데, 주파수 여유분이 없어 기존의 아날로그 주파수를 회수해야만 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결국 이 때문에 기존의 SFN 추진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일본 우정성은 방송사와 공동으로 채널배치 시안을 검토한 결과 아날로그 채널과의 간섭 해소를 위해선 일부 지역에 다른 채널을 사용(MFN)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결국 채널 배치 계획을 수정했다. 즉, 주요 기간국은 SFN을, 기타 지역은 MFN방식을 채택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전국의 66%를 커버하는 기간국에 대해선 오는 2000년 4월까지 채널 배치를 완료하고, 나머지 대규모 중계국과 소규모 중계국에 대해선 각각 2001년 말과 2001년 이후로 채널 배치작업을 끝낸다는 것이다.

 이같은 일본의 경험은 채널 배치 계획이 디지털 방송의 성패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기존의 UHF 주파수대역 중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 주파수대역인 채널 4∼18번(5개 채널)을 디지털 방송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 일본보다는 주파수에 다소 여유가 있다는 게 정통부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디지털 방송이 본격 실시될 경우 경기·전라·경상지역에 포위되어 있는 충청권의 디지털 방송용 채널 배분이 매우 어려운 문제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정통부가 채널 배치 계획을 어떻게 수립할지 주목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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