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TV방송 정방위대책 시급

 「전파주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할 만큼 위성 및 일반방송을 둘러싸고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갖고 있는 우리 정부의 북한 방송 문제에 대해서는 통일된 기준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북한은 이달초부터 위성방송을 전격 실시, 국내에서도 안테나만 갖추면 일반 가정에서 손쉽게 시청할 수 있고 특히 최근에는 북미식(NTSC), 유럽식(PAL), 동구식(SECAM)방송을 모두 수신할 수 있는 멀티방식 TV도 해외에서 생산돼 이 제품을 국내에 들여올 경우 별도의 장비 없이 북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이같은 현실을 감안, 정보통신부가 나서 26일 북한위성방송 대응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고 멀티방식 TV의 국내 도입에도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남한내 북한방송 시청의 전면 허용 혹은 금지 여부를 우선 제시하고 이에 따른 범정부 차원의 후속작업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멀티TV에 의한 북한방송 시청=일본 소니사의 국내 현지법인인 소니인터내셔널코리아는 얼마전 소니 멀티방식 TV를 수입 판매할 경우 북한 TV방송의 수신 가능성 여부에 대해 정보통신부에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정통부 윤재홍 전파방송기획과장은 『정통부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며 『현재 통일부·국정원 등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 종합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니코리아측은 『통일부에 문의, 협의해보라』는 회신을 받았다며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고 따라서 멀티방식 TV 수입판매는 없던 일로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위성방송 실시=북한은 지난 2일부터 태국 타이컴위성을 임차해 아시아·유럽·호주 및 북아프리카지역을 대상으로 위성방송을 시작했다. 북한은 하루 6시간씩 북한 뉴스는 물론 드라마 및 다큐멘터리를 방송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3m 이상의 안테나만 있으면 방송수신이 가능하다.

 정통부는 대응책의 일환으로 국내 위성방송 도입이 시급,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통합방송법이 조기에 통과되어야 하며 이에 따른 후속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 역시 북한위성방송을 시청해도 되는지의 기준은 아니다.

 ◇통일된 기준 없는 정부=현재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북한 TV방송의 수신제한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것과 실제로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북한 TV방송 수신을 규제한다고 믿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적된다.

 이 때문에 멀티TV나 위성방송에서 보듯이 전파기술의 발달로 북한 방송이 국내 가정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 TV수신을 전면 허용할지,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법적 기술적 보완을 거쳐 이를 원천봉쇄할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여기에는 정통부를 비롯, 국정원·통일원 등 정부 관련부처의 의견이 종합적으로 담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대로 가다간 일반 국민에게 혼선을 주게 되고 자칫 북한 TV를 시청할 수 있는 방법은 속속 등장하는데 이를 시청하는 사람만 규제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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