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상파 디지털 방송 표준으로 결정된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방식이 현재의 아날로그 방식보다 도시형 난청 현상이 심하고, 디지털TV를 차량에 탑재해 이동 수신하거나 실내 안테나로 수신할 경우 방송수신이 제대로 안되는 등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오는 2001년부터 본방송에 들어가는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표준으로 현재 미국에서 상용화된 ATSC방식을 채택하기로 결정했으나 ATSC방식의 전송 표준인 8VSB(Vestigial Sideband)방식이 유럽의 디지털 비디오 브로드캐스팅(DVBT)규격이나 일본의 ISDBT(Integrated Service Digital Broadcasting)보다 기능 면에서 떨어지고 이동수신 상태 불량, 단일 주파수 방송망(SFN)구축 곤란, 광범위한 도시형 난청지역 발생 등 문제의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이미 ATSC방식으로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실시중인 미국의 경우 방송사업자를 중심으로 ATSC방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으며, 이달초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아·태지역 방송연맹(ABU) 세미나에서도 ATSC방식에 대한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미국의 경우 현재 미국 전역에서 59개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싱클레어 브로드캐스트 그룹」이 최근 ATSC방식 지상파 방송의 수신상태를 점검한 결과, 안테나를 정교하게 맞춘 상태에서만 도심에서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었으며, 안테나 앞으로 차량이 지나가거나 고층 건물이 있을 경우에는 화면이 전혀 수신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ABU세미나에서는 아·태지역 국가 방송사들의 디지털 방송 테스트 결과가 발표됐는데, ATSC방식이 DVBT나 ISDBT방식보다 기능 면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의 경우 동일한 송신점에서 ATSC(북미)·DVBT(유럽)·ISDBT(일본)방식을 테스트한 결과, 임계점의 반송파 대 잡음비(C/N)는 ATSC방식이 3∼4.5㏈ 가량 우수했지만 다른 항목들은 모두 ISDBT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TSC와 DVBT(오디오는 돌비AC3)방식을 실험한 호주의 경우 전반적으로 DVBT가 우수하다는 평가결과를 내놓았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국내의 경우 ATSC방식의 결함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산악지형이 많은데다 도시지역의 경우 건물의 밀집도가 높아 난청지역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날로그 방송의 경우 방송 수신이 제대로 안되면 화면이 이중으로 보이는 고스트 현상이 발생하지만 디지털 방송은 일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가 수신되지 않으면 아예 방송을 수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나 고층 건물은 공시청 안테나(MATV)를 설치하면 디지털 방송 수신에 별 문제가 없으나 실내 안테나를 설치한 일반 주택이나 고층 건물에 막힌 지역은 TV수신이 불가능해 케이블TV나 중계유선을 통해서만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차량에서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없을 정도로 이동수신 상태가 불량한 것도 ATSC방식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ATSC방식의 결함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만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보급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ATSC방식을 지금이라도 폐기하고 새로운 디지털 방송 표준을 제정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기존의 논의를 전부 뒤집어야 한다는 부담을 감수해야만 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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