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64);거북이의 비극

 「진화론」을 쓴 찰스 다윈이 태평양의 고도 갈라파고스 섬에서 자신의 이론에 기초가 될 여러 생물들의 자료를 수집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섬은 원래 거북이의 낙원이었다. 「갈라파고스」라는 이름도 스페인어로 「거북이」를 뜻한다. 1535년에 스페인 탐험가들이 처음 이 섬을 발견했을 때에는 자그마치 수십만 마리의 거북이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이 섬의 거북이는 사실상 멸종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 거북이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생태계가 얼마나 쉽게 파괴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갈라파고스에 사는 거북이들은 대부분 길이가 1m가 훨씬 넘게 자라고 무게는 250㎏, 그리고 수명은 100살 가까이 되는 동물이다. 이 섬이 거북이들의 낙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달리 천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8세기경부터 포경선과 해적 등 오랜 기간 동안 바다에서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이 신선한 고기를 먹기 위해 거북이를 배에다 싣기 시작했다. 이 동물은 물이나 먹이가 없어도 무려 1년 가까이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배마다 아무리 많이 실어도 사육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거북이를 남획하는 일은 1930년대까지 계속되었다. 그때까지는 학자들도 연구라는 명분으로 마구 잡아갔다. 그러다가 거북이의 개체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자 마침내 포획이 금지되었지만, 거북이의 수는 멈추지 않고 계속 감소해갔다. 섬에 사람들이 들어와 살면서 따라들어온 쥐나 개, 돼지, 염소, 고양이 등이 거북이의 알과 새끼들을 잡아먹은 것이다.

 60년대 중반, 갈라파고스 섬의 찰스 다윈 연구소 학자들은 거북이의 멸종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핀존이라는 섬의 거북이는 모두 50살 이상의 늙은 개체들만 남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50년 동안 새로 태어난 알과 새끼들은 모조리 쥐에게 잡아먹혔던 것이다. 이들은 마지막 비상조치로 알을 수거하여 연구소에서 부화시킨 뒤 잡아먹히지 않을 만큼 충분히 자란 다음에야 다시 놓아주었다. 현재 이 방법으로 젊은 새끼들 200여 마리가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한편 후드라는 섬에서는 사람이 데려온 염소 떼들이 거북이 먹이가 되는 풀을 몽땅 뜯어먹어 버려서 거북이는 겨우 암컷 12마리와 수컷 2마리만 남아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렇게 개체수가 적다보니 그들끼리 만나는 기회도 적어져서 통 번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들 역시 연구소에서 인공적인 노력을 기울여 겨우 개체 수를 늘려나갈 수 있었다.

 핀타 섬 역시 염소가 거북이를 굶겨 죽이고 있었다. 이 섬에는 50년대에 처음으로 염소 세 마리가 들어왔는데 약 20년 뒤인 70년대에는 자그마치 5만여 마리로 불어났다. 그러나 핀타 섬에서는 이미 60년대에 거북이의 멸종이 공식적으로 선언된 뒤였다.

 현재 갈라파고스 섬에는 핀타 섬 원산의 거북이 수컷 한 마리가 우리에서 보호받으며 살고 있는데, 바로 안장거북 종의 마지막 생존자다. 이 홀아비는 암컷이 발견되지 않는 한 종의 대가 완전히 끊어지는 슬픈 운명을 감수해야 한다.

 연구소에서는 전 세계의 동물원들을 뒤지고 1만 달러의 현상금까지 내 걸며 안장거북 암컷을 수소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81년에 핀타 섬에서 거북의 배설물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그 배설물의 임자는 찾지 못했고, 그 이후로는 다른 소식이 없다.

 갈라파고스 섬은 그 자체가 현대 문명에 치여 사라져간 동물들의 슬픈 비석인 셈이다. 우리 주변에서는 지금도 또 다른 갈라파고스 섬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상준·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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