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적인 상상력을 무기로 내세워 다소 황당하지만 매력적인 유머감각을 선보여왔던 배리 소넨필드 감독의 작품. 「맨 인 블랙」 이후 그가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에서 선택한 무대는 제목이 암시하듯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의 미국 서부지대다. 타이틀과 음악, 의상에 이르기까지 외모는 그럴듯하게 서부영화의 폼을 갖추고 있지만 내용은 각종 신무기를 내세운 제임스 본드식의 액션영화다. 주인공의 이름 역시 「제임스 웨스트」.
서부로 달려간 제임스 본드의 영화답게 버라이어티한 무기쇼가 일단은 영화의 볼거리다. 윌 스미스와 케빈 클라인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벌이는 개그 역시 영화의 「쇼」다운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부분. 하지만 시대상황과 영화의 장르를 혼란스럽게 뒤집어 놓았을 뿐, 악당으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하고 미국을 구원한다는 영화의 콘셉트는 너무나 단순하고 구태의연한 출발점이 되고 말았다.
1869년 남북전쟁 직후, 미국에서는 잇달아 과학자들이 납치 혹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대통령은 7일 이내에 미국을 포기하라는 익명의 편지를 받는다. 정부에서는 미 육군 소속의 전설적인 총잡이 제임스 웨스트(윌 스미스)와 변장과 발명의 천재인 보안관 고든(케빈 클라인)에게 함께 사건을 해결할 것을 지시한다. 둘은 최첨단 기능이 탑재된 대통령 전용기관차를 타고 악당을 찾아 나서고, 배후 조종자가 남부군의 대장이었던 러브리스(캐네스 브래너)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저돌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으로 맞붙는 웨스트와 신중하게 머리를 써가며 사건을 해결하려는 고든은 매사에 부딪쳐가면서 러브리스를 추적한다. 우연히 러브리스의 손아귀에서 구출하게 된 리타(샐마 헤이엑)를 통해 둘은 러브리스의 음모가 유타에 있는 자신의 비밀왕국을 통해 대통령을 암살하고 미국을 지배하려는 것임을 알게 된다. 뒤늦게 유타에 도착한 웨스트와 고든은 러브리스가 납치한 과학자들을 통해 만든 거대한 독거미 전투병기 「타란튤라」의 공격을 받게 된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는 일단 오락용 영화로서 갖춰야 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는 영화다. 복병처럼 기습을 노리는 각종 신무기와 감독의 기괴한 유머 감각을 느끼게 만드는 악당들의 캐릭터, 본드 걸을 연상시키는 리타와 하반신 불구의 러브리스를 지키는 미녀군단들, 남성의 성적인 호기심을 전략으로 이용하는 케네스 브래너와 윌 스미스의 여장변신에 이르기까지, 배리 소넨필드다운 악동 같은 잔재주가 곳곳에 넘쳐 흐른다. 그러나 너무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19세기로 끌어들인 미래의 테크놀로지를 20세기말에 보는 탓인지 스피드와 액션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이 흠이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많이 본 뉴스
-
1
챗GPT 검색 개방…구글과 한판 승부
-
2
SKT, 에이닷 수익화 시동...새해 통역콜 제값 받는다
-
3
비트코인 11만달러 눈앞…트럼프 發 랠리에 20만달러 전망도
-
4
올해 하이브리드차 판매 '사상 최대'…전기차는 2년째 역성장
-
5
에이치엔에스하이텍 “ACF 사업 호조, 내년 매출 1000억 넘긴다”
-
6
갤럭시S25 '빅스비' 더 똑똑해진다…LLM 적용
-
7
테슬라, 3만 달러 저가형 전기차 첫 출시
-
8
“팰리세이드 740만원 할인”…車 12월 판매 총력전 돌입
-
9
정부전용 AI 플랫폼 개발…새해 1분기 사업자 선정
-
10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 회장 승진…HBM 신장비 출시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