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원 제이스텍 사장
우리는 지난 30여년 동안 재벌들이 견인하는 성장모델을 채택해 국가경제를 이끌어왔다. 이로 인해 단시일 내에 경제를 발전시키는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들 재벌이 공룡화되어 자금과 인력을 독점하고, 문어발식으로 모든 사업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은 쇠퇴하고 대기업 역시 운용의 낭비를 초래하게 됐다. 결국 국가가 재벌이라는 특정 분야만 육성하는 그릇된 정책으로 우리는 국가 부도라 할 수 있는 초유를 사태를 맞게 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 무엇인가. 국가 역시 기업과 마찬가지로 보유한 자금이나 인력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특정 분야에 투입한 재원들이 당초 기대했던 수확을 얻지 못한다면 국가도 부실을 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재벌 대신 벤처기업들을 새 천년을 시작하는 21세기 국가경제 견인의 선봉세력으로 육성하고자 다시 한번 자금과 인적자원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들의 활발한 움직임은 잔뜩 위축되었던 경제활동에 커다란 활력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경계해야 할 것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벤처산업 드라이브 정책의 초점이 소프트웨어,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 주위를 맴도는 특정 분야에만 집중되어 국가의 자금과 우수 인력이 블랙홀 현상처럼 이쪽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60년대 말 재벌이라는 특정 분야에 리소스를 총동원한 것처럼 이제는 소프트웨어,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에 모든 재원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필자는 우리나라를 경제적 공동체인 「(주)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조직으로 설정하고 우리가 이 난국에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를 (주)대한민국이란 하나의 회사로 봤을 때 매출은 수출이고 지출은 수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 국민 모두는 직원이고 CEO는 대통령, 최고경영진은 정치인으로 설정할 수 있다. 국회의원은 모든 사업 추진을 결의하는 이사회로, 공무원은 내부관리직, 산업체는 각 생산부서, 각급 학교는 사내교육 및 훈련센터 등으로 비교할 수 있다.
이러한 설정 하에서 우리는 지난 88년 그동안의 성과에 고무돼 올림픽이라는 운동회 한번 거창하게 치른 뒤 매년 봉급인상과 전직원의 해외 연수, 모든 직원들이 저마다 차를 갖는 오너 드라이버 등 기분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매출보다 지출이 매년 100억 달러, 200억 달러씩 많아져 이를 메우려고 외부 금융기관 차입만 늘어나게 됐고, 어느날 국제 금융기관들이 (주)대한민국을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으로 분류해 자금을 회수하니 부도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뒤늦게나마 CEO가 바뀌고 아이아코카의 방식대로 생산직·관리직 인원과 봉급을 줄이며 좋은 사업을 외부에 팔면서 지금은 그런대로 매출보다 지출을 낮게 유지할 수 있음은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근본문제의 해결은 아직도 요원하다. 무엇보다도 외부 차입금이 정부 공식집계 1500억 달러와 재벌의 현지 차입을 더하면 2000억 달러를 넘는 반면 올해 매출은 1500억 달러도 되지 못하는 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연간 총매출이 부채 총액보다도 못하다면 그 조직은 희망이 없는 것이다. 한보가 그랬고 기아·삼미·진로 등 부채가 연간 매출을 초과했던 회사들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아무리 벌어도 원리금 상환 자체만도 쉽지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손에게 재무구조가 건실한 회사를 남겨주려면 앞으로 최소 10년간 지속적 매출 확대 및 사업이익이 (주)대한민국에게는 절실히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신규 투자 부문인 벤처산업이 매출, 즉 수출 확대에 상당한 공헌을 이른 시일 내에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지금 블랙홀처럼 국가의 자금과 인력을 흡수하고 있는 아이디어 산업 차원의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는 주요 경쟁국과 비교할 때 당분간 수출에 기여하는 데는 제약이 따르지 않을까 한다.
우리가 제조업 벤처 분야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당분간 캐시 카우(Cash Cow)는 제조업이 역할을 해주어야 하며 이에 중장기적으로 축적된 소프트웨어 기술에 의한 부가가치가 더해질 때 (주)대한민국은 법정관리를 벗어날 수 있는 경영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는 지금 성큼 눈앞에 다가오는 정보가전 분야다. 정보가전 분야는 전통 가전과 컴퓨터·통신산업들이 각개약진의 성장과정을 마무리하고 통합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요하는 분야로 제조 벤처기업들에는 더없이 좋은 품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정보가전은 제품 특성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산업이 균형있게 발달한 국가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알맞은 산업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 머지 않아 수많은 종류의 생활 전자기기들이 리얼타임 OS를 갖고 지능화되며 통신과 네트워킹으로 상호 연결되면서 화려한 정보가전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에 앞서 우리는 정보가전을 앞세운 제조업 벤처에 더욱 관심을 갖고 이에 상응하는 자원들이 이곳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데 힘을 써야 할 것이다.
경제 많이 본 뉴스
-
1
특허 선점 나서는 비씨카드…블록체인 기반 '자산인증 NFT' 특허 등록
-
2
원화 코인 지연 틈타…달러 스테이블코인, 한국 인프라 선점 경쟁
-
3
이재용, 유럽 출장 후 귀국…배터리까지 직접 챙겼다
-
4
코스피 연일 하락세…5400대로 떨어져
-
5
류재철 LG전자 CEO “로봇 사업 엔비디아·구글과 협력”
-
6
환율 1500원…주간거래서 금융위기 이후 처음
-
7
삼성전자 '마이크로 RGB TV' 눈 안전성 ·생체 리듬 인증 동시 획득
-
8
보험사 흔드는 행동주의…'DB손보 vs 얼라인' 이주 주총서 격돌
-
9
토스에 무리한 소송 나선 한국정보통신…“국면 전환 노리나”
-
10
미래에셋생명 보험설계사, 7년간 고객돈 27억원 편취…금전사기 발생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