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삼성자동차문제처리 지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업계획의 수립은 물론 공장배치문제와 인사 및 조직개편 등 경영전반에 걸친 모든 활동이 삼성자동차에 묶여 거의 중단된 상태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와는 무관하게 추진된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로 인해 거의 매듭단계에 있던 중장기 계획의 수립이 완료단계에서 빅딜 이후로 연기된 바 있으며 대우전자를 인수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우전자 인수와 관련된 독자적인 행보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또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지난해 단행했던 대대적인 인력감축은 삼성자동차의 인력이 재배치되면서 6개월여 만에 원점으로 회귀했다.
삼성전자의 경영주체가 삼성전자가 아닌 그룹 구조조정 본부라는 불만 섞인 소리가 내부에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최근 정치권에서 터져 나온 수원공장 가전생산라인의 부산이전에 대해서도 삼성전자측은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로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이같은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시각은 착잡하기만 하다.
현재 수원공장에서는 TV·세탁기·에어컨 등을 주요 생산품목으로 1만2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 생산라인을 부산으로 이전한다면 1만2000여 명의 인원이 대거 이동해야 한다.
삼성전자측의 주장대로 백색가전제품의 생산라인만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4000여 명의 종업원들이 퇴사를 하거나 부산으로 거주지를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부가가치가 낮고 채산성이 낮은 백색가전제품의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해 VCR의 경우에는 사업부까지 해외로 이전시킨 바 있다.
따라서 공장의 상당부분이 여유가 있으며 실제 지난해 PC생산라인의 분사를 추진하면서도 별도로 생산라인을 건설하기보다는 공간의 여유가 있는 수원공장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은 삼성측이 공장이 비좁아서 생산라인을 부산으로 이전시킨다는 명분과는 상치된다.
매출 20조원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가 언제부터 삼성자동차나 그룹 구조조정 본부의 굴레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영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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