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사장 자리는 바늘방석.」
올들어 다국적 소프트웨어(SW) 업체의 국내 지사장들이 줄줄이 경질되자 외국계 SW업체 지사장들 사이에서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바안코리아·로터스코리아는 각각 이달 초 전격적으로 지사장을 경질했다. MS와 바안은 후임 사장을 물색중이며 로터스코리아는 이미 신임 사장을 임명했다.
이들 3개사에 앞서 한국SSA·한국노벨·BMC코리아·한국어도비스템즈 등 주요 다국적 SW업체들이 올들어 사령탑을 교체했다. 매달 한명 이상의 외국계 SW업체 지사장이 바뀐 셈이다.
채승용 전 로터스코리아 사장과 같이 개인적인 이유로 스스로 사임한 사장도 있으나 대부분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질 시점이 대부분 회계연도 말 또는 분기 말이라는 점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올들어 지사장 경질이 잦아진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국내 SW시장의 활성화 때문이다. 다국적SW 업체들은 IMF 한파를 맞은 한국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출 부진을 불문에 붙였다. 그런데 올들어 한국 시장이 되살아나자 실적을 다시 챙기기 시작했다. 이 벽을 넘지 못한 지사장들을 어김없이 물러나야 했다.
「남들은 다 잘 하는데 너만 왜 그러냐」. 지사장을 경질한 다국적 SW업체들의 시각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실적에 못지 않게 지사장과 본사 경영진과의 친숙도도 지사장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A씨와 B씨는 자신을 한국 지사장에 임명한 아시아·태평양 본사 사장이 물러난 직후 경질됐다.
그렇지만 최근 잇따른 지사장 교체는 「안면」보다 「능력」을 최우선시하는 다국적 기업의 생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C씨의 경우 본사에서 오래 전부터 그를 경질하기로 했으나 「자존심」 때문에 회계연도에 맞춰 교체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SW업계는 상반기에 이미 많은 지사장들이 경질돼 이러한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들어 최근까지 실적이 호전되지 않은 업체가 여럿 있어 지사장의 추가 경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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