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05)

 『원하는 일이 무엇인데?』

 어머니는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어떤 경우라고 해도 아들이 잘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어머니는 전혀 불안해 하지 않는 것이다. 그 맹목적인 믿음은 좀 어처구니가 없지만, 어쩌면 다행한 일이었다.

 『제가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팔려는 것입니다. 어머니에게 설명을 하긴 어렵지만, 제가 개인 사업을 하려고 회사를 떠난 것입니다.』

 『가게를 내려는 거야? 컴퓨터를 팔려고?』

 『좀 비슷합니다만, 컴퓨터를 파는 것이 아니고 그 컴퓨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파는 것입니다.』

 『가게를 얻고 일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할텐데….』

 『우선 하숙방을 그대로 사용할까 합니다.』

 『가게를 내야지 그래서 되겠냐? 내가 모아놓은 돈이 조금 있는데 부쳐 줄 테니 해봐라. 많지는 않지만 도움이 될 것 같구나.』

 『어머니한테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러세요?』

 『네가 쓰라고 보내 주는 용돈을 모아두었다. 그게 아마 270만원 정도 될 것인데, 내일 찾아서 너에게 보내 주마.』

 『270만원? 언제 그렇게 많이 모았죠?』

 나는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월급이 20여만원 하던 때였기 때문에 그 돈은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내가 보내주는 용돈을 단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았다는 것이고, 그것뿐만 아니라 생활비에서도 아껴 모아 두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회사를 그만두었다면 먼저 왜 그런 짓을 했느냐고 탓하는 것이 보통인데 어머니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하면서 격려했다. 그것은 아들에 대한 믿음이 지나쳤다기보다 미신에 가까운 팔자를 믿기 때문이었다. 아들의 팔자는 점차 좋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니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좋아지려는 팔자의 한 여정에 불과한 것이다.

 『그 돈을 모으느라고 고생이 많았겠군요. 어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니. 네가 보내 준 돈을 안 쓰고 모아 두었을 뿐이야. 네가 장가를 가면 보태 주려고 생각했지만, 장가갈 밑천은 네가 사업해서 벌어가도록 해라.』

 『장가는 천천히 갈게요. 그보다 사업이 급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니.』

 나는 전화를 끊고 울음이 터졌다. 그래서 하숙방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서 울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