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방송법 "힘겨루기"

 정부 여당이 통합방송법의 이달 중순 국회 통과를 강력히 추진키로 함에 따라 여당과 언론유관단체들의 움직임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언론단체와 방송사 노조측은 정부 여당이 현재 마련한 방송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으며 한나라당도 방송법을 정치 쟁점화할 기세다. 현재 방송법 처리를 앞두고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대목은 방송위원회의 성격과 위원 구성방식, 국책방송의 설립, MBC의 공적 기여금 부과 및 예산권 문제, 편성권 보장여부 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방송위원회의 성격과 위원 구성방식=방송위원회의 성격 규정은 이번 방송법의 최대 쟁점이다. 정부 여당은 방송정책권을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송위원회에 넘기자는 입장인 데 비해 한나라당은 방송정책권을 정부가 갖고 방송위는 민간독립 규제기구로 규정하자는 것.

 방송위의 성격 규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은 명분론이 우세하지만 실제 속셈은 위원 구성방식에 있다. 여당은 대통령·국회·국회문광위 추천 등으로 이뤄지는 9인의 위원으로 방송위를 구성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정부안대로 할 경우 9명의 방송위원 중 7∼8명 가량이 여당 몫이 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대통령과 국회가 각각 3인과 6인의 위원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고 부위원장 2인은 위원장을 내지 않은 국회 교섭단체 중 원내 다수 교섭단체순으로 임명하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시민단체나 언론단체들은 정부의 방송위 위상강화 방안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방송위의 독주를 막기 위해 위원 구성시 제도적인 검증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책방송의 설립=정부 여당은 아리랑TV의 해외위성방송과 KBS의 사회교육방송·국제방송을 통합해 국책방송을 신설하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한나라당과 언론유관단체들은 국책방송의 설립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극력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간 타협의 여지는 충분하다는 게 방송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MBC의 공적 기여금 및 예결산권 문제=당초 정부는 MBC에 매출액의 7%를 공적 기여금으로 부과하려 했으나 MBC의 반발로 세전 순이익의 15%를 방송문화진흥회에 출연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또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MBC에 대한 감독권을 강화하고 MBC의 예결산권을 갖도록 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MBC와 언론단체들은 방문진이 MBC 예결산권을 갖게 되면 편성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MBC 예결산권을 방문진에서 갖는 것보다는 MBC이사회나 국회에서 갖도록 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편성권 문제=편성위원회 구성 및 편성규약 제정은 노사간 쟁점이 되고 있다. 언론유관단체와 방송사 노조측은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방송사측은 편성위원회 구성이 자칫 방송사의 편성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방송사측은 정부안대로라면 시청자단체와 시청자들의 입김이 지금보다 훨씬 세질 것이라며 방송법에 편집권에 관한 선언적인 조항만 두자는 입장.

 ◇위성방송=정부 여당은 위성방송의 대자본 및 외국자본 참여를 보장하고 있으나 지상파방송사들과 언론단체들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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