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오는 2001년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을 조기에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과 가급적 전환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좀처럼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으나 올초 활동을 마감한 방송개혁위원회가 「조기 실시」쪽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지상파 방송의 조기 디지털 전환이 이미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조기 실시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재원조달 방안 마련이 어렵고, 디지털방송의 조기 실시에 상응하는 방송광고시장의 확대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점을 주요 반대 논거로 제시했다.
특히 일본 민간방송연맹의 보고서는 반대론자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자주 거론됐다. 일본 민간방송연맹 보고서는 2000년대 초 지상파 방송의 성장률은 5% 이내로 둔화되다가 2010년에는 한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 때문에 세계 각국의 방송사들이 평균적으로 9∼20%의 경비를 추가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입은 별로 늘지 않아 지상파 방송사의 경상이익률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게 일본 민방보고서의 최종 결론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민방보고서의 결론과는 상반되는 보고서가 메릴린치사에 의해 제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메릴린치 보고서는 일본 민방 각사의 캐시 플로에 근거해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흑자 조건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일본 민방 역시 2005∼2006년 사이에 충분히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통부나 방송개혁위원회가 디지털방송의 조기 도입에 찬성표를 던진 데는 디지털TV를 전략상품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산업계의 의지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조선 등 그동안 전략상품으로 인식되던 제품군들이 IMF사태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전략상품으로 디지털TV가 주목된 것이다. 게다가 오는 2002년 월드컵 중계를 위성HDTV로 송출하기로 이미 한·일간에 합의한 데다 세계 각국이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디지털방송의 실시 시기를 마냥 늦출 수만은 없다는 게 정책입안자들의 기본 입장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2001년부터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디지털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다.
2005년까지는 시권까지 방송권역을 확대하고 본방송 개시후 5년 동안은 기존의 아날로그방송과 디지털방송을 동시에 송출하되 2006년부터 디지털수상기의 보급 상황에 따라 동시 방송기간의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어 2010년부터는 기존의 아날로그방송을 전면 중단하고 디지털방식으로만 송출한다는 게 우리나라의 지상파 디지털 전환 계획의 근간이다.
이같은 일정에 맞춰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주관부처인 정보통신부는 2000년 시험방송 이전까지 디지털방송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키로 하고 지난 5월 「지상파 디지털TV방송 추진전담반」을 발족, 내년 8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통부는 「지상파 디지털TV방송 추진전담반」의 운영을 통해 정부·방송사·제조업체·연구소 등 관련기관간에 공조체제를 구축,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2001년부터 본방송에 들어가는 디지털방송 도입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추진전담반」은 실험방송지원·채널배치·허가제도개선·수출촉진지원 등 4개 세부 전담반으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는데 이 전담반의 운영 및 결과에 따라 국내 디지털방송의 청사진이 새롭게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미 지난 5월 18일부터 KBS가 실험방송에 들어가 현재는 하루 2시간씩 HDTV방송을 송출하고 있으며 올 10월부터는 타방송사들도 본격적으로 실험방송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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