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00)

 내가 사표를 제출하던 날 저녁에 기술실 직원이 자리를 같이했다.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지만, 회사를 떠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기 때문에 송별회를 하는 것이었다. 송별회라고 하지만 다른 기술자들은 별로 말이 없었다. 그들은 회사를 훌쩍 떠나는 나를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다리를 꼬고 앉아서 사표를 써서 휙 던졌다며?』

 내가 군에 입대할 무렵에 입사했던 고참 한 명이 넌지시 말했다. 다리를 꼬고 앉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건 습관이었지 무슨 거만을 떨려고 그랬던 것은 아니고, 휙 던진 기억은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표현함으로써 그들은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 한 것을 흠모하는 눈치였다. 회사에서 잘리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것이 정상이고, 자신은 사표를 쓰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겠지만, 한편으로 사표를 써낸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었다. 그만큼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 기술자들을 판매 일선에 내보냈으니 불만이 오죽했을까.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른 직원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떠났다. 나는 노 과장과 학교 후배인 윤대섭과 함께 거리의 포장마차로 들어가서 소주를 마셨다.

 『창업을 할 생각이다?』

 노 과장이 아무 말 없이 술잔을 몇 잔 비우더니 입을 열었다. 그는 서른 한 살의 나이였지만 얼굴에 주름이 가득해서 십년은 더 늙어 보였다.

 『그럴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처럼 일하면서 시간을 벌고, 다음에는 개발한 것을 팔 작정입니다.』

 『벤처창업을 한다? 참 부럽군. 그런 용기가 있다는 것이. 그런 일도 나같이 모험심이 없는 사람은 불가능해. 성공하려면 나중에 어떻게 되든 떠나야 해. 미지의 세계로 말이야. 콜럼버스를 벤처창업가라고 하는 말도 있지. 중세기의 유럽에서 최대의 부가가치가 있는 사업이 무엇이었는지 아오?』

 『글쎄요.』

 『바로 식민지 개척이었지. 일확천금을 노리면서 여왕은 돈을 대고 콜럼버스는 신대륙 항해를 한 거야. 그들의 목적은 황금이 쌓여 있다는 인도를 찾아간 것이지만, 중간에서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지. 창업 목적의 절반은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지.』

 『벤처창업은 정말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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