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복사기와 고성능 컬러프린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위조지폐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선진국에서는 컬러복사기에 위조지폐의 출처를 알아낼 수 있는 부호를 기록하게 하는 특수기능을 탑재하는 등 늘어나는 위조지폐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위조지폐 생산기술도 날로 정교해지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지난해 4월 개정 외화법이 시행되면서 외화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의 기축통화이자 한편으로는 위조지폐가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미국 달러화의 위조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97년만해도 위조된 달러화가 2000여장이나 발견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위조지폐의 생산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외화를 다루는 금융기관이나 호텔 등에 위조 달러화를 식별할 수 있는 위조지폐 식별기가 2만5000∼3만대 가량 도입돼 있다.
하지만 지폐에 따라서는 인쇄할 때 발생하는 잉크 상태의 차이나 시장에 유통되면서 생기는 잉크의 마모 및 구김 때문에 진짜 지폐이면서도 그 특징을 나타내는 데이터 값의 차이가 커 위조지폐를 식별하는데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극도로 교묘한 위조지폐가 급증해 지폐의 진위를 가리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2파장 광센서를 사용, 광원(LED)을 통해 적외선을 비출 때 지폐의 투명도로 지폐의 그림이나 색의 차이를 판별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지폐 재질의 진위까지 감지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위조지폐의 정밀도에 따라서는 인식률이 80%대까지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또 진짜 지폐라 하더라도 훼손된 정도나 구김 등은 한 장 한 장마다 달라 정확한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식별기의 위조지폐 감도를 민감하게 할 경우 진짜 지폐도 위조지폐로 오인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산요전기(전화 81-485-49-1335)에서는 자동판매기용 지폐식별기 기술분야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종전 제품에서 채택해 온 지폐의 투명도 식별뿐 아니라 지폐의 재질에 따라 발생하는 지폐 투과광의 강도 차이를 해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진짜 지폐의 훼손 정도 및 구김을 모델화함으로써 지폐의 데이터 값 차이를 인식할 수 있게 해 진짜 지폐의 인식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일반적인 2파장 광센서는 지폐식별기에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두 파장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기술이 부족해 지폐의 재질에 따라 발생하는 지폐 투과광의 강도 차이를 활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산요는 지폐의 재질에 의한 지폐 투과광의 강도 차이를 나타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새로운 특수센서를 사용하지 않고도 기존의 2파장 광센서로 두 파장의 차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잉크의 질과 종이 재질 등 위조지폐를 식별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재질의 차이가 두 투과광의 강도 차이에 의해 판별돼 정교한 위조지폐와 진짜 지폐가 가지고 있는 소재의 미묘한 차이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식별기는 2파장 광센서를 다섯 개나 탑재해 지폐 전면을 정밀하게 감정할 수 있다.
또 산요는 위조지폐를 식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온 진짜 지폐의 재질 차이에 착안해 진짜 지폐의 데이터 값을 수집, 통계적인 해석을 통해 지폐의 더러운 정도나 구김의 형태에 따라 모델화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지폐의 훼손 정도나 구김의 영향을 배제한 진짜 지폐 데이터만을 감지할 수 있게 돼 진짜 지폐의 인식률이 크게 개선됐다.
이같은 기술개발의 결과 신권과 훼손된 지폐를 포함한 1500여장을 대상으로 검사했을 때 진짜 지폐 인식률이 종전의 93% 수준에서 98.5%로 향상됐다. 또 정교한 위조 달러화 503장을 넣고 조사했을 때도 식별률이 종전의 91.3%에서 100%로 향상됐다.
이와 관련, 산요의 한 관계자는 『종이의 질이나 잉크의 질을 검출하는 기술과 지폐의 훼손 정도나 구김의 영향을 배제함으로써 지금까지 양립하기 힘들었던 진짜 지폐의 허용률과 위조지폐의 배제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산요는 위조지폐 식별기 개발의 기초기술로 지폐의 데이터를 플래시메모리에 기록, 분석해 식별기에 필요한 기본 파형을 자동으로 추출하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위조지폐 식별기에 학습기능을 갖게 함으로써 지폐 몇 장만 통과시켜서 최적의 기본 파형을 추출해 낼 수 있게 해 미국 달러화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지폐나 상품권 등도 판별할 수 있는 식별기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게 했다.
더욱이 앞으로 발행되는 신권도 플래시메모리에 새로운 데이터 값만 입력하면 위조지폐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산요는 지난 5월부터 시판한 이 위조지폐 식별기를 금융기관이나 호텔 등을 공략 시장으로 보고 시판 첫해에 3000대, 2000년에 5000대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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