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진흥원 연구자료.. 인접효과와 시청자 중복에 관한 분석

 인접한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상호 영향을 받는다는 게 방송가의 일반적인 통설이다.

 방송학자들은 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선행 프로그램과 후속 프로그램의 시청률로부터 영향을 받는 현상을 「인접효과」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같은 인접 효과는 국내 프로그램에서도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방송진흥원의 백유미 연구원이 최근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의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인접효과와 시청자 중복에 관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일일연속극과 뉴스 프로그램간에, 그리고 주말 연속극과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간에 인접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 연구원은 우선 프로그램의 인접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시청률이 높은 선행 프로그램이 바로 뒤에 편성된 후속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입효과부터 분석했다.

 유입효과의 대표적인 예가 KBS1과 MBC가 평일 오후 8시30분부터 9시까지 편성하고 있는 일일드라마와 9시 메인 뉴스의 관계다.

 98년 초 방영된 KBS1의 「정 때문에」가 대응 편성된 MBC의 「방울이」를 압도하면서 43%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자, 이 프로그램 바로 뒤에 편성된 「KBS 9시 뉴스」 역시 30%의 시청률을 웃돌며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을 앞섰다.

 그러나 99년 초에 방영된 MBC의 「보고 또 보고」가 50%를 넘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자 평소 20%대의 고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던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이례적으로 25%수준까지 높아졌다. 이어 MBC의 「보고 또 보고」가 종영되면서 한동안 맥을 추지못했던 KBS1이 새 일일극 「사람의 집」을 방영하면서부터는 전세가 다소 역전돼 MBC의 새 일일극 「하나뿐인 당신」과 큰 격차는 아니지만, 우위를 점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 KBS1의 9시 뉴스 시청률이 MBC 9시 뉴스를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후속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높을 경우 선행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현상인 「유출효과」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유출 효과의 대표적인 예가 MBC와 KBS2의 주말 간판 프로그램인 주말 드라마와 버라이어티쇼의 관계다.

 98년초 방영된 MBC의 「그대 그리고 나」가 편성된 KBS 2의 「야망의 세월」을 압도하면서 6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MBC 주말 연속극의 시청률이 높아지자 선행 프로그램인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27.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KBS2의 「일요일은 즐거워」를 여유있게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98년 10월 KBS2의 「야망의 전설」이 40%대의 시청률을 보이자 그간 열세를 보였던 선행 프로그램인 KBS2의 「일요일은 즐거워」가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99년 5월 현재 MBC의 「장미와 콩나물」이 방영되면서 KBS2의 신설 드라마인 「유정」을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 이에 따라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KBS2의 「일요일은 즐거워」를 여유있게 앞서고 있다는게 백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인접한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높을수록 시청자 중복정도 역시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의 시청자 중복은 높고,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의 시청자 중복은 낮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 연구원은 또한 KBS1의 경우 일일극과 9시 뉴스 사이에 광고 시간대가 없기 때문에 MBC보다는 KBS1의 일일극 시청자가 「KBS 9시 뉴스」를 시청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KBS1은 시청자들의 채널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어서 다른 채널로 이동하지 않고 KBS1에 채널을 고정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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