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95)

 『필요없다니까, 자넨 뭘 가져와서 억지로 보여주겠다는 거야? 자네가 이 회사 사장이야?』

 『그런 뜻이 아니라, 회사에 도움도 되고 기술자로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자 해서입니다.』

 『자네가 기술자인가? 뭘 하나 만들어 내면 너도나도 기술자 행세를 하는데 말이야. 나는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아주는 사원이 더 좋네. 기술은 무슨 죽을 놈의 기술이야. 선진국에서 이미 다 한 것을 가지고 뭘. 그것을 가져다가 파는 것이 더 빠르지.』

 나는 화가 치밀었으나 정면으로 대적할 수는 없었다. 감정을 억누르자니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온 힘을 주어 말했다.

 『사장님, 기술은 중요합니다. 선진국에서 이미 앞섰다고 하지만 그들에게 없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글과 같은 문서 편집기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한글 편집기를 만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기술자들의 몫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개발해야 합니다.』

 『이 친구 되게 고집이 세군. 사장이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알지, 왜 그렇게 말이 많나? 나가서 컴퓨터나 하나 더 팔 궁리를 하게.』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고 재능이 다릅니다. 물건 파는 것은 영업부 직원의 일이고, 기술자는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우리 기술자들에게 물건을 팔라는 것은 재능의 낭비이며 부당한 처사입니다. 그 말씀도 드리려고 찾아뵈었습니다.』

 『뭐가 어째? 이게 건방지게 누굴 훈계하는 거야?』

 『사장님을 훈계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는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 어느 회사에서 기술자를 판매 일선에 내보냅니까. 그것이 낭비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이 자가 점점 더 건방져 지는군. 하기 싫다 이 말이지? 그럼 회사를 그만두면 되잖아. 자네가 무슨 대단한 기술자라도 되는 줄 알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회사의 방침이 싫으면 그만 두게. 붙잡지 않을테니. 이봐, 기술자를 판매 일선에 내보낸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컴퓨터에 대한 기술이 있는 자가 고객에게 잘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취한 조치란 말이야. 그런 회사 방침을 따를 수 없다면 할 수 없지.』

 『컴퓨터에 대한 설명이나 간단한 기술은 판매직원을 잠깐 교육시키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기술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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