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로세서 개발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그것은 끝난 이야기 아닌가? 노 과장이 올린 서류를 부결했는데 또 왜 거론하는 거지?』
『부결하신 것은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검토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새로운 워드프로세서가 개발되어 성공하면 부가가치가 대단합니다. 그것으로 해서 회사는 크게 일어날 것이라고 장담을 하겠습니다.』
『그렇게 좋은 것이면 자네나 혼자 하게. 나는 그런 모험은 안하네.』
나는 말문이 막혀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말을 계속 하려면 회사를 나가란 말과 같았다. 약간 화가 치밀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목구멍으로 침을 삼키면서 애원하듯이 말했다.
『사장님, 회사를 위하는 일입니다. 그동안 기존 문서편집기는 라인 에디터였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라인 에디터란 줄 단위의 편집기를 말합니다. 그것을 스크린 에디터, 즉 화면단위 편집기로 개발하려는 것입니다. 그동안 기존 편집기는 삽입, 삭제, 치환이 주된 기능이지만, 미국처럼 영어를 주로 사용하는 국가와는 달리 우리는 한글과 한자를 사용해야 하고 또한 컴퓨터의 주된 용어인 영어도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글, 한자, 영어가 모두 호환되는 기능이 있는 독자적인 워드프로세서가 필요한 데 아직까지 그것이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이크로 컴퓨터와 CRT 터미널을 연결하는 복잡한 구성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여기 그 도표를 가져왔는데….』
나는 차트를 펴서 사장 앞의 탁자에 올려놓으려고 했다. 그러자 사장이 손짓을 하면서 올려놓지 말라고 했다.
『됐네. 보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알겠네.』
『영업성이나 판매 추이에 대한 도표도 있습니다.』
『볼 필요 없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나중에 성공한다고 해도 카이스트인가 뭔가 하는 곳에서도 개발한다고 하는데 그곳의 기술력을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카이스트가 앞서면 어떻게 하나?』
『카이스트보다 앞지를 자신이 있습니다. 일본 후지쯔에서 개발한 보급형 워드프로세서 「오아시스」를 모델로 하면 시일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오아시스」는 비교적 싸게 팔리고 있습니다. 제가 개발하려고 하는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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