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92)

 『어떤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오?』

 노 과장은 내가 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무엇인가 확인하고 싶었는지 반문했다. 나는 설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시는 바처럼 현재의 워드프로세서는 한글, 한자, 영문을 자유자재로 호환시키지 못하고 있고, 다른 컴퓨터와 호환도 안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품가격도 너무 높습니다. 이것을 모두 해결한다면 워드프로세서의 독보적인 선두주자가 되고 상당한 고부가가치가 있어요.』

 『얼마나 시간을 주면 할 수 있겠소?』

 『6개월 정도면 됩니다.』

 『그건 좋은데, 과연 홍 사장이 허락할까요?』

 『그러니 과장님이 설득을 해 주셔야지요.』

 『6개월 후에 반드시 만족할 만한 제품이 나온다는 보장은 아무도 못하는 것이 아니오?』

 『그건 그렇습니다. 그러나 저번에 제가 연구한 텔렉스 교환장치도 6개월 시간을 가지고 성공을 시켰습니다. 그 정도의 시간과 자금을 대주면 우리 기술실 직원들이 충분히 해낼 것입니다. 저에게 팀장 직책을 주면 제가 지휘해서 이뤄 내겠습니다.』

 『알았소. 사장님과 상의해 보겠소.』

 그러나 노 과장은 사장으로부터 결재를 받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기술실 직원들을 영업부 쪽으로 귀속시켜 판매 일선으로 내보냈다. 컴퓨터를 조립하는 일뿐만 아니라, 직접 나가서 제품을 팔도록 했던 것이다. 기술실에서는 판매한 제품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고치는 애프터서비스를 하는 일은 당연했지만 제품을 판매하는 일선 창구에 배치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그때 마침 KAIST에서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기는 했지만, 그 개발을 나에게 맡겼으면 그보다 빠르게 만들어 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설사 조금 늦었다고 해도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후에 KAIST에서 개발한 워드프로세서 「명필」이 한동안 시장을 점유하며 인기를 얻은 것을 보면 승산이 있었던 일이었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가장 문제가 된 것 중 하나는 한글, 한자, 영문을 혼합해서 사용하는 문서편집기의 호환성이었다. PC가 대중에게 보급되면서 컴퓨터가 단순히 계산만 하는 기능에 머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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