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가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제」 문제로 다시 들끓고 있다.
당초 『한국영화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40%가 될 때까지는 현 의무상영일수 146일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던 정부가 최근 한·미투자협상 진행과정에서 스크린쿼터의 단계적 축소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화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올 3월 말까지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철야농성·가두시위·국내외 여론화 등을 주도해 정부로부터 「현행유지 방침 발표」를 이끌어 냈던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김지미·임권택·이태원, 이하 비대위)는 지난 11일 3개월여만에 다시 운영위원·집행위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긴급 연석회의를 열었다.
김지미 비대위원장을 비롯, 이 날 참석한 40여명의 영화관계자들은 모두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부가 천명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크게 분노하면서 『원칙대로 스크린쿼터는 현행 유지돼야 하고, 이를 위해 긴급히 투쟁에 나설 것』이란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이 날 회의 참석자들은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축소방안이 단순히 의중 떠보기(?) 차원이 아니라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 본격적인 투쟁을 벌이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는 한편 성명서 발표·가두시위 및 농성, 정부부처 항의 방문 등 비교적 높은 수위로 대응해 나가기로 결의, 앞으로 이들의 행보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영화진흥공사를 대신해 법정민간기구로 출범한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신세길)도 지난 11일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정지영 위원을 필두로 「한국영화 의무상영제도 현행유지를 위한 비상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 스크린쿼터를 현행대로 유지해 줄 것을 문화관광부에 건의하는 한편, 범영화인 비대위의 활동을 지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스크린쿼터 사수」를 주장하는 국내 영화관계자 및 영화진흥위원회와 「국제통상의 대의」를 내세우는 외교통상부 및 경제부처 사이에서 문화관광부가 취할 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 문화부가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문화관광부가 예전과 달리 양측 사이에서 협상안을 마련하기 위한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곧 있을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이전에 스크린쿼터를 포함한 한·미 투자협상을 매듭지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영화인들이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그 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긴장감을 표명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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