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일본 PCB展> 새 천년 주도할 "스포트라이트"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는 어떠한 인쇄회로기판(PCB)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것인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일본 도쿄 빅사이트 전시관에서 개최된 JPCA99가 그 해답을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밀레니엄에는 빌드업 기판, CSP를 비롯한 반도체 패키지보드, 환경친화적 PCB가 세계 PCB시장을 리드해 나간다는 것이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 450여개 PCB 및 소재·생산장비업체가 첨단기술 및 신제품을 출품, 기량을 과시한 이번 JPCA99에서 나타난 경향을 집약해 보면 전자제품의 경박단소화 추세에 따라 빌드업공법과 반도체 패키지공법이 앞으로 대표적인 PCB 제작기법으로 대두되고 그 밑바탕에는 인류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환경친화」 사상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PCB는 숙련된 기술자의 노하우에 의해 품질이 결정되는 제품이라기보다는 자동화된 첨단 기계설비에 의존하는 장치형 산업으로 탈바꿈되고 있음을 이번 전시회에서 확인시켜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적기에 올바른 방향으로 대규모 투자를 선행시켜야만 최우량 기업으로 생존할 수 있고 투자 시기를 놓치거나 투자 방향을 잘못 잡을 경우 혹은 투자 재원이 부족할 경우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될 것이라는 게 이번 전시회를 참관한 국내 PCB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선 이번 전시회의 주 이슈로 부각된 빌드업 기판의 경우 도시바·마쓰시타전자부품·히타치·이비덴·NEC·JVC·일본CMK 등 일본의 유력 PCB업체들이 독자 개발한 고유한 빌드업공법을 토대로 한 제품을 선보여 마치 JPCA99가 빌드업 기판기술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이들 유력 PCB업체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빌드업공법을 업계의 표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치열한 기세 경쟁을 벌였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일본 빌드업 기판산업의 좌장격인 마쓰시타전자부품은 자사 빌드업공법인 「ALIVH」를 일본 최대 PCB전문업체인 일본CMK 등 중견 PCB업체에 제공, 이 분야에서 기선을 제압했다고 홍보하는가 하면 도시바는 「B²it」라고 명명된 자사 빌드업공법을 야마이치전기·크로바전자공업 등 8개 업체에 제공, 자사가 일본내 최대 빌드업업체로 부상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NEC는 「DV멀티」공법을, 일본CMK는 「CLLAVIS」공법을, JVC는 「VIL」공법을, 이비덴은 「APP/10」과 「IBSS」라는 독자적인 빌드업공법을 기반으로 한 이동전화기·노트북PC·디지털 캠코더용 PCB를 출품, 이 분야에서 최고임을 자랑했다.

 또 이들 PCB업체는 차세대 빌드업공법으로 부각되고 있는 열경화성 빌드업공법 및 포토비아(PVI)공법을 기반으로 한 첨단 PCB도 대거 선보였다. 아직까지 이 첨단 빌드업공법들은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샘플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오는 2000년 초반경에는 주력 빌드업공법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본프린트회로공업회(JPCA)에 따르면 일본의 빌드업 PCB 생산액은 지난 97년에 약 278억엔에서 지난해에는 2.3배 가량 늘어난 656억엔 규모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에는 1000억엔 정도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1조2000억엔 규모의 일본 전체 PCB시장의 9% 정도에 달하는 규모다.

 아직까지 일본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빌드업 기판의 비중은 작지만 성장속도가 기존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의 4∼5배에 달해 2000년 초반경이면 주력 기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특히 현재는 이동전화기 및 노트북PC·디지털 캠코더 등 일부 디지털 휴대기기를 중심으로 빌드업 기판이 적용되고 있으나 앞으로 범용 전자제품에도 빌드업 기판이 적용될 것으로 보여 이 기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빌드업 PCB시장에는 세트업체 및 PCB전문업체 등 기존 세력 외에도 그동안 다층 PCB사업에 주력해온 중소전문업체 등도 속속 가세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는 게 현지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빌드업 기판과 더불어 이번 JPCA99쇼를 화려하게 장식한 PCB는 CSP(Chip Scale Package)를 비롯한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다.

 특히 일본 PCB업체들은 기존 메모리 반도체용 모듈기판 제작기술에서 한단계 진보한 BGA(Ball Grid Array) 기판은 물론 여기서 더 진보한 마이크로BGA 기판을 비롯한 수십여 가지의 CSP 설계기법을 동원한 패키지 기판을 출품했다. 일반 BGA 기판의 경우 4층에서 6층짜리 기판이 주류를 이루었고 오는 9월부터 인텔이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램버스 D램용 마이크로BGA 기판도 상당수 업체들이 전시했다.

 또 이비덴을 비롯해 일본CMK·교덴·도시바 등은 기존 테이프방식의 BGA 기판보다 한 수 앞선 기술인 웨이퍼스케일 CSP 기판을 전시, 이 분야에서 선두 업체임을 과시했다.

 물론 이번에 출품한 일본의 유력 PCB업체 대다수가 멀티칩모듈(일명 MCM) 기판을 전시했는데 이 중 일본 아비요닉스사가 전시한 MCM 기판은 관람객의 찬사가 연발할 정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아비요닉스가 전시한 MCM칩은 특히 각종 칩형 일반부품을 하나의 PCB상에 탑재, 또 다른 복합부품으로 제작된 것으로 앞으로 전자부품 메가트렌드로 자리잡게 될 소형·경량화·칩화·모듈화 경향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끔 설계됐다.

 한편 일반 MLB의 경우 지난해까지 주력 패턴 설계기술로 인식돼온 100/100(회로 선폭 및 회로와 회로 사이 간격 크기)규격이 이번 전시회에서는 50/50규격으로 더욱 조밀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패키지 기판분야에서는 30/30 정도의 초미세 패턴기술로 설계된 제품도 선보여 PCB의 설계기술은 거의 반도체에 버금가는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반 양면 및 단면 PCB의 경우 일본내에서는 거의 사양 산업으로 자리잡아 도전성 페이스트를 이용한 스루홀 기판만이 눈에 띌 정도로 참관인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다만 기존 에폭시 수지를 이용한 양면 기판이 복합화합물(CEM) 계열로 급격히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이번 JPCA99쇼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환경친화가 부각된 점이라 할 수 있다. PCB를 비롯해 소재·장비를 전시한 거의 모든 업체가 무공해·환경친화 내용을 한결같이 강조했다.

 우선 PCB업체들은 기술적 우수성을 설명하기보다는 자사가 무공해 PCB를 제작하고 생산라인에서까지 오염원 배출을 엄격히 차단, 더 이상 PCB산업이 공해산업이 아님을 역설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경주했다.

 JVC·일본CMK·마쓰시타 등 주요 PCB업체들은 「할로겐 프리(Halogen Free)」라는 입간판을 부스 전면에 설치하고 자사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제품은 발암물질로 인식되고 있는 브롬 등 할로겐족 원소가 내재된 PCB소재를 사용하지 않으며 생산공정도 무연화(Lead Free)됐음을 역설했다.

 이번 전시회를 참관한 국내 PCB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환경친화 문제가 PCB업계의 최대 화두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국내 PCB업계도 이에 대응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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