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대 필코전자 사장
모든 분야를 떠받치고 있는 전자산업은 90년대 들어 정보통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대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문자·음성·그래픽·영상 등을 결합한 멀티미디어 기기의 등장이 잇따랐다. 첨단기술과 제품구조의 다양성을 살린 제품들이 시장의 주도세력으로 급부상했다. 가전제품과 PC의 결합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가전업체들은 이에 발맞춰 새로운 제품 수요를 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선명TV 브라운관과 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생산기술은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이 그 뒤를 이를 전망이다. 인터넷TV·DVD·DVC 등 시장판도를 바꿀 수 있는 융합상품 개발은 이미 진행중이다.
전자제품 기술의 발달은 부품산업에도 변화와 세대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전자산업을 이끌었던 소형부품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반면 높은 기술력과 자본투자가 필요한 부품이 급부상하고 있는 현상이 이를 반증한다. 공급포화로 인한 수요정체, 해외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감소, 수입선 다변화 조치 해제에 수반되는 수입증가 등 시장상황의 변화도 부품업체들의 일대변신을 촉구하고 있다. 달라지는 주변 상황에 적응하지 않고서는 국내 부품업체들은 마이너스 성장 내지는 정체국면 속에 허덕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직의 핵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사활을 건 경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보다 비교우위를 확보하려면 내·외부 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강점을 발굴, 여기에 조직의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경쟁력을 갖춘 사업단위와 그렇지 못한 사업단위를 동시에 보유하는 것은 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략사업 품목과 구색맞추기식 품목을 명확히 구분, 사업단위별 경영을 분석해 미래에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는 분야는 과감히 정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생산거점의 현지법인화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해외영업망 구축 역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로 취약한 신시장 개척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거점을 현지에 마련하거나 해외업체들과의 제휴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시장다변화를 꾀해 고객편중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갖고 있는 판매망을 재정비하거나 확충하고 지역별 판매우위 업체 및 다국적 기업과의 연대를 과감히 모색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제품의 우위를 확고히 지키고 설계 및 개발력 발전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시장변화에 대한 유연성을 제고하고, 다기능화·복합화 추세에 접어든 차세대 제품기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반기술의 확보가 필연적이다.
IMF로 인해 중소 전자업체들은 자금난과 경쟁력 상실로 백척간두에 서 있는 실정이다. 저성장시대의 위기상황에서 기업의 생존전략은 경쟁사와의 차별화,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력 확보 및 기술우위를 통한 고객 선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특장화·전문화된 사업영역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작지만 세계적으로 「유일한 회사(Only One Company)」가 돼야 한다. 이 명제는 국내 부품업체들에 더욱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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