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委, 첫단추 잘못 뀄나

 영화진흥법 개정과 민간의 자율적 참여보장이라는 험난한 산을 넘어 비로소 닻을 올린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신세길)」가 영화계 원로들의 주도권 싸움에 시작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원로 영화인들의 대표적 모임이라 할 수 있는 한국영화인협회(이사장 김지미)는 지난 29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구성이 개정 영화진흥법 8조(위원회의 구성)에 의거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물이 아닐 뿐만 아니라 지난 28일 발족한 위원회는 법정 구성 정족수 미달의 위원수로 발족됐으므로 이를 정당한 영화진흥위원회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영화진흥위원회에 일체의 협력과 협조를 거부한다』고 결의하고 이를 1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이같은 원로 영화인들의 반발은 지난 28일 문화관광부가 영화진흥위원에 최종 위촉된 10인의 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전달식과 지난 31일 열린 10인 위원들의 기자회견장에 김지미 영화인협회 이사장과 윤일봉 전 영화진흥공사 사장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물 위로 떠올랐다.

 문광부는 『김 이사장과 윤 전 사장이 위원직 위촉에 대한 수락의사를 표명하고 개인 사정으로 당일에는 불참하겠다고 전달해왔으며, 위원장과 부위원장 호선도 위원의 과반수 이상이 참석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밝혔으나 이들은 1일 열린 한국영화인협회 기자회견에 각각 협회 이사장과 이사 자격으로 참여, 영화진흥위원회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영화진흥위원회는 신세길 위원장과 문성근 부위원장, 정지영(영화감독)·안정숙(한겨레신문 기자)·김우광(SBS프로덕션 전무)·조희문(상명여대 교수)·채윤경(계원조형예술대 교수) 등 문화부 위촉서에 서명한 7명의 위원과 영화 「춘향뎐」 촬영차 남원에 머물러 구두수락만 한 임권택 감독을 포함, 8명으로 구성돼 있는 상태.

 결국 이번 파동은 그동안 문화관광부의 영화진흥위원 선정이 충무로 포럼 등 신예 영화인들의 의견에 쏠리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원로 영화인들이 협회이름을 빌려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각 분야의 전문가로 위촉된 위원들보다는 영화계의 실제 전문가인 자신들의 실세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데 대한 반발로 여겨지고 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 영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영화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 어렵게 발족된 영화진흥위원회의 기본 취지를 무시하는 것으로 즉각 철회돼야 할 것』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영화진흥위원회가 대의적인 관점에서 이들 원로가 참여하는 자문단을 구성, 영화계의 화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한편 문화관광부는 일부 위원들이 공식적으로 위촉 반대의사를 표명할 경우, 1개월 이내에 보궐 위촉하도록 돼 있는 영화진흥법에 의거, 잔여 임기를 채울 다른 위원을 재위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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