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킬러가 보낸 편지

 광적인 여자의 질투가 일으킨 연쇄살인을 다룬 「킬러가 보낸 편지」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린 전형적인 B급 스릴러 영화다. 누구인지 모를 범인을 뒤쫓아가는 공포영화의 공식은 낡긴 했지만 장르영화에서는 여전히 유효하게 쓰이고 있다.

 「킬러가 보낸 편지」는 살인자의 누명을 뒤집어쓴 한 남자와 그의 열렬한 팬인 네명의 여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살인에 초점을 맞추며 영화의 끝부분까지 긴장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 중간 중간 관객들을 속이기 위한 잔재주를 과다하게 사용한 탓에 진짜 범인을 은폐하기 위한 부가적 장치가 너무 많은 추리소설과 같은 꼴이 되고 말았다. 이 경우 범인을 찾아가는 가장 단순한 공식은 바로 가장 노출이 안된 주변인물을 주목하면 된다.

 레이스(패트릭 스웨이즈)는 네번째 손가락이 잘려나간 채 살해된 아내의 살인범으로 지목돼 7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교도소에서 기분전환을 위해 자신의 무죄를 믿어주는 네명의 여자와 동시에 테이프를 이용한 펜팔을 시작한다. 사진작가에서 불행한 가정생활을 하는 유부녀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배경을 갖고 있는 그녀들의 공통점은 레이스를 사랑한다는 것 뿐이다. 한편 레이스의 펜팔로 잔무가 많아진 것을 불평하던 담당 교도관은 장난으로 레이스의 녹음 테이프를 서로 뒤바꿔서 발송해 버린다. 다른 여자의 이름 앞으로 사랑의 밀어가 담긴 녹음 테이프를 받게 된 여자들은 질투심과 분노에 사로잡혀 레이스에게 경고의 협박이 담긴 테이프를 보내지만 그녀가 누군인지 알 수는 없다.

 한편 그 즈음 레이스는 극적으로 무죄가 증명돼 석방되지만 그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는 여자로 인해 불안에 시달린다. 레이스는 결국 자신과 펜팔했던 네명의 여자를 직접 만나 잘못 배달된 테이프를 회수하려 하지만, 그가 가는 곳마다 죽은 아내와 마찬가지로 여자들이 네번째 손가락이 잘려나간 채 살해된다. FBI 수사진은 다시 레이스를 범인으로 주목하고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아직 살아있는 두명의 여자는 전직 경찰관이었다가 쫓겨난 리타와 사진작가인 글로리아. 거의 동시에 살해현장에 도착했다가 경찰의 추격을 받게 된 리타와 레이스는 서로를 범인으로 의심한다.

 상황적인 비약이 지나치다는 것이 결정적인 흠이지만 B급 추리소설을 읽는 만큼의 재미는 있다.

<엄용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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