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 IT컨설팅업계의 눈길은 온통 한국통신(KT)의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젝트 컨설팅에 쏠렸다. 국내 IT컨설팅시장을 주도하는 외국계 컨설팅업체가 거의 모두 참여, 치열한 경합을 벌였기 때문이다.
앤더슨컨설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언스트영컨설팅, 아더앤더슨 등 외국계 컨설팅업체는 제각기 국내 시스템통합(SI)업체와 시스템구축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KPMG산동컨설팅은 독자적으로 참여했다. 최근 국내 시장에 진출한 딜로이트컨설팅만이 불참했다.
최종 승자는 현대정보기술과 제휴한 앤더슨컨설팅으로 결정됐다. 앤더슨컨설팅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고 쾌재를 불렀으며 나머지 업체들은 씁쓸하게 입맛만 다셔야 했다. 이들 컨설팅업체가 KT에 제시한 컨설팅 금액은 대부분 원가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일부 업체는 해당 제품에 대한 인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수주경쟁에 뛰어들기도 했다.
KT프로젝트는 올해 국내 IT컨설팅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 것이며 그 경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를 보여주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국내 IT컨설팅시장은 사실상 「무주공산」에 가깝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외국계 컨설팅업체 사이에도 상위권과 하위권에 격차가 있으나 이제 본격적인 시장 형성 단계에서, 업체 순위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어느 업체라도 언제든지 선두자리를 넘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외국계 컨설팅업체들은 올해를 시장 주도권 장악의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보고 대대적인 투자와 체제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외국계 업체들은 특히 IT컨설팅의 핵심으로 떠오른 ERP를 중심으로 전자상거래(EC)·데이터웨어하우스(DW) 등의 솔루션 컨설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어서 이들 분야에서 앞으로 불꽃튀는 접전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앤더슨컨설팅(대표 이재형)은 정보화전략 수립에서부터 솔루션 구현에 이르는 IT컨설팅서비스 전반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컨설팅업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해 시장 우위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앤더슨컨설팅은 올초 제조, 통신, 금융, 에너지 등의 업종별로 세분화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으며 인력을 확충해 본격적인 수주 영업에 대비하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대표 최영상)는 데이콤과 포항제철의 ERP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함으로써 ERP컨설팅 시장에서의 아성을 굳혔다고 보고, 한걸음 더 나아가 ERP에 기반해 공급망관리(SCM), EC, SI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PwC는 올초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을 단독회원법인으로 선정한 데 이어 최근 200억원을 들여 국내 SI업체인 「데이콤시스템테크놀로지사」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언스트영컨설팅(대표 장기호)은 올해 ERP를 중심으로 EC, 지식경영(KM) 분야에 주력키로 하고 산업별 조직의 인력 10여명을 확충할 계획이며 잠재 고객의 확보와 컨설팅 서비스 체제 강화를 위한 컨설팅정보 교류장인 「딜리버리센터」를 올 7월께 국내에 설립할 예정이다.
KPMG산동컨설팅(대표 김영효)은 올해 금융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ERP를 비롯한 IT컨설팅에 집중해 국내 시장에서 파급력이 큰 대기업 고객사를 확보해 시장 기반을 다져갈 방침이며 올해 20∼30명의 컨설턴트를 신규 채용키로 했다.
딜로이트컨설팅(대표 박성일)은 최근 30여명의 인력으로 한국지사를 설립했으며 SK텔레콤의 ERP컨설팅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내 IT컨설팅시장의 공략에 들어갔으며, 아더앤더슨(대표 변정주)도 최근 세동경영회계법인의 컨설팅부문 흡수를 계기로 「종합적인 ERP컨설팅서비스」를 모토로 올 하반기부터 시장 경쟁에 본격 진출할 방침이다.
앤더슨컨설팅, PwC 등 상위권업체들은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 지명도에다 앞선 구축 경험을 내세워 국내 IT컨설팅 시장에서의 우위를 계속 지켜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딜로이트컨설팅, 아더앤더슨 등 후발주자들은 전략 사이트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기존 업체와 차별화한 컨설팅서비스를 개발, 지명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IT컨설팅시장에서 외국계 업체들의 주도권 판도는 ERP와 함께 대기업 및 정부투자기관의 정보화전략 분야에서 어느 정도 가름날 전망이다. ERP는 올들어 제조업, 금융권 등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컨설팅업체마다 이 분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정보화전략은 구조조정을 끝낸 대기업과 민영화 단계에 접어든 공사 등지에서 최근 뚜렷하게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올리는 컨설팅업체들은 올해 시장은 물론 향후 시장의 주도권까지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점은 IT컨설팅에 대한 투자가 집중될 올 하반기가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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