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없는 건설」과 「불도저식 경영」은 개발도상국의 지도자나 경영자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지난 60∼7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이러한 표어는 한동안 집념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이러한 불도저식 경영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 씨와 포항제철로 철강신화를 이룬 박태준 씨다. 그러나 이러한 불도저식 경영도 우리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추세다.
또한 중단없는 전진이라는 작업현장의 철칙도 요즘에는 안전 제일주의로 바뀌었다.
특히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는 안전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안전불감증이라는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91일간 정기 및 비상점검을 마친 후 12월 초순 재가동됐으나 불과 3개월여만에 또다시 정지사고가 발생해 3월 28일부터 가동을 중단하고 두달 예정으로 비상점검에 들어간 영광 2호기의 잦은 고장도 결국은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사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장조사에 나섰던 국회 「영광 2호기 안전진단 조사단」도 『중단 없이 발전하는 발전소에 점수를 더 주는 한전의 경영평가제도가 고장의 주요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영광 2호기는 지난 97년 11월에도 약 20일 동안 금속탐지 경보시스템이 작동되고, 최고 1.3㎏의 이물질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현장보고서에도 불구하고 발전을 계속했다고 한다. 제어봉이나 지지핀 파손 등은 외국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고장이며 금속탐지 경보도 결정적인 경보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발전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물론 원전은 고장 및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이중 삼중의 안전장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장비가 아무리 완벽해도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결국 장비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영광 2·3호기의 잇따른 가동중단이 원전 관계자들이 안전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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