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66)

 오늘 아침에 제럴드를 만나서 고국의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대통령이 암살되었다는 소식 말입니다. 그 소식은 믿어지지 않았지만, 틀림없는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소식으로 이곳 교민사회도 적지 않게 술렁이고 있습니다. 나는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지만, 오랜 세월 군사정권이 기득권 세력으로 나라를 지배하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모든 것이 군대식으로 처리되고, 군대식으로 밀어붙이는 가치관은 경제발전과 함께 진보해야 하는 문화의식을 마비시킨 것도 자명합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동조해야 했던 것입니다. 나 역시 무관심한 척하거나 동조하는 척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는 무엇인가 달라지겠지요. 정치의 변화는 민주주의 발전과 맥을 같이한다고 봅니다. 그곳에서는 매우 어수선하겠군요. 나는 대통령이 암살되었다는 사실만 알 뿐 자세한 것은 못 들었습니다.

 한국 대통령 암살은 지난날 이곳의 케네디 대통령 암살처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 방송국이나 신문에서도 연일 톱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연구소에서 사람들을 만나도 대통령의 암살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나로서 그들만큼이나 알 수 없지요.

 나는 보름 후에 미국 내 여행을 다녀올까 합니다. 이곳 방학은 다른 곳과 다릅니다만, 겨울에 한동안 쉬게 되어서 그 시간을 이용해서 미국을 둘러볼까 해섭니다. 물론, 나의 여행 스케줄에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회사를 방문하는 견학 스케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이곳의 교민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기독교 신자들이라서 그런지 교회에 나오라고 하더군요. 나는 평소에 신앙이 없었고, 그렇다고 미신을 믿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사주점을 자주 보고 내 팔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나는 건성으로 동조할 뿐 그것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좋다고 하는 것은 기분이 나쁘지 않더군요. 이곳의 교민 사회를 보면 신앙이 있든 없든 교회를 나가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것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이 모일 수 있는 구심체가 교회이기 때문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도 교회에 나가 볼까 합니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송혜련씨는 종교를 가지고 있습니까? 물어보지도 않고, 이야기한 일도 없지만, 혜련씨 오빠의 경우를 보면 가톨릭이 아니던가요? 물론, 오빠와 동생이 같은 종교를 가지라는 법은 없지만, 혜련씨의 오빠가 요셉이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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