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위성방송의 재전송 합법화」 조치가 자칫 국내 프로그램공급사업자(PP)들의 위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 여당은 현재 중계유선을 통해 무분별하게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외국 위성방송의 폐해를 막기 위해 케이블TV방송국(SO)들이 통합방송위원회로부터 승인을 얻은 경우에 한해 외국 위성방송 채널을 재전송할 수 있도록 통합방송법에 명문화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외국 위성방송의 재전송이 합법화되면 향후 외국의 방송사업자들이 국내 PP들과 제휴해 국내 방송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SO와의 직접 계약이나 공동 마케팅 전략 등을 통해 국내에 진입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외국자본과의 제휴를 모색해온 국내 PP들의 입지가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게 방송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특히 외국 위성방송 채널들이 소유지분 제한, 프로그램 편성 제한 등 진입 규제를 피해 국내 PP와의 제휴보다는 SO를 통한 재전송 채널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외국 위성방송 재전송 채널을 승인해줄 경우 외국 위성방송사업자들은 현행 종합유선방송법상 소유지분 상한선인 33%를 넘어 국내에 100% 투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국내 방송시장 진출을 모색해온 외국 위성방송 채널이나 케이블TV사 가운데 상당수는 국내 방송사에 대한 지분 참여보다는 오히려 국내 시청자들에 대한 채널 이미지 제고에 더욱 역점을 두는 경우가 많아 방송계의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재전송 채널에 대한 엄격한 심사 △외국 프로그램의 방영비율 제한 △재전송 채널의 국내 영상산업 투자 강제 등의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SO들이 외국 위성방송의 프로그램을 재전송할 경우에는 해당 SO가 외국 채널의 방송프로그램에 대해 책임을 지거나 방송위원회의 심의규정을 준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또 재전송되는 외국 채널은 국내에 법인을 설립, 이를 통해 국내 SO와 계약을 체결토록 하거나 2001년부터 시행되는 PP등록제와 맞춰 외국 위성방송의 재전송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밖에 외국 위성방송 채널의 재전송 승인시 국내 방송사업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도록 강제하거나 채널별 외국 프로그램 방영비율을 각 SO의 전체 편성 기준에 반영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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