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CIO격인 전산원(소)장들이 요즘 검찰의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최근 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 재산권보호위원회(SPC)가 불법복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부산대와 경상대 등 6개 대학에 대해 대학별로 45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
따라서 지난주 금요일에는 전국대학정보전산기관협의회(회장 김정선·항공대 교수) 사무실에는 주요 대학의 전산원(소)장들이 10여명 모여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지난 3월부터 검찰이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을 강화하면서 만사 제쳐놓고 거의 매주 열리는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전국대학정보전산기관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선 항공대 교수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검찰의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과 이로 인한 대학의 피해상황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지난주 초 부산대를 직접 방문했더니 전산실 직원들이 모두 일손을 놓은 채 전산실에 있는 PC 300대 가량의 데이터를 모두 지우고 다시 포맷하는 일에 매달려 있고 또 6000대로 추정되는 대학내 모든 PC들도 모두 다시 포맷하도록 사내 공문을 띄운 상태』라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설명했다.
김 교수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국교원대 이태욱 교수는 『학생들이 학교 몰래 불법 프로그램을 깔아두는 경우가 많아 수천대의 PC를 점검하는 일이 불가능한데 일괄적으로 단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의 경우 아래아한글과의 경쟁을 위해 불법복제를 묵인해 오다 갑자기 이를 문제삼는 것은 심한 조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따끔 자성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특히 한양대 정정화 교수는 『교육을 맡은 학교가 불법복제품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 되겠느냐』며 주의를 환기시킨 후 『지금 대학의 불법복제율이 너무 높아 모든 소프트웨어를 일시에 정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까지 온 것도 따지고 보면 대학의 책임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대책회의는 앞으로 대학이 소프트웨어 교체 계획서를 마련하되 2년 동안은 준비기간을 두고 그 이후에는 모두 정품을 구입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기본방침을 정했다. 이들은 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오는 20일까지 확정하기 위해 각 대학 및 관련기관과 더욱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협의회가 할 일은 앞으로도 산적해 있다. 우선 대학 측에 소프트웨어 구입예산을 배정하도록 설득하는 것만도 그렇게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학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학교재정이 워낙 빡빡하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학교도 속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협의회는 또 소프트웨어 제작업체들로 구성된 이익단체인 재산권보호위원회(SPC)와 가격 협상에도 나서야 한다. 김정선 교수는 앞으로 전국 대학에서 사용할 제품을 공동으로 구입하면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큰 폭으로 깎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인 워드프로세서의 경우 전국 대학이 공동 구매에 나서면 수십만 카피는 쉽게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협상력 또한 이에 비례해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정선 교수는 또 『대학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돈을 버는 곳이 아니므로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이를 감안, 대폭적인 가격할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마다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종류가 큰 차이가 나는데다 현직 대학 교수들이 큰 이권이 걸려 있는 가격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대학 전산원(소)장들의 남모르는 고민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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