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데이콤 인수" 의미와 전망

 LG가 마침내 그룹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인 종합정보통신사업자로 변신한다.

 우여곡절 끝에 6일 정보통신부가 「데이콤 5% 지분제한」이라는 족쇄를 풀어줌에 따라 LG는 「LG정보통신LG텔레콤데이콤채널아이」로 이어져 국내 정보통신업계 사상 최초로 장비에서 유·무선서비스, 데이터통신을 아우르는 종합통신사업자의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재계 라이벌인 삼성의 예기치 않은 공세를 가까스로 이겨내고 확보한 데이콤 경영권인지라 LG로서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냉정히 분석해보면 LG가 데이콤 경영권을 확보한 것은 분명 의미를 가지나 이것이 득이될지 아니면 그룹의 부담으로 귀결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어찌보면 LG로서는 이제부터 가시밭길을 가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데이콤은 경영권 경쟁이 치열했던 것과는 달리 기업 자체만 놓고 보면 그리 탐낼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시외전화사업은 한국통신에 밀려 고전의 연속이고 국제전화 역시 별다른 영업성과가 없다. 위성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도 전략적 차원에서의 투자개념으로 설립된 것일 뿐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고 수익과도 거리가 멀다. 더욱이 데이콤은 통신사업자의 자산가치 및 경쟁력을 가름하는 자가망, 가입자망이 없다.

 데이콤의 유일한 몸값 상승요인은 천리안이다. 컴퓨터통신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천리안은 데이콤 사업부문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수익을 내는 곳이다. 천리안은 비단 LG뿐 아니라 국내외 통신업체들이 모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데이터통신시대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가 데이콤을 인수하는 것은 종합통신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현재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LG의 데이콤 인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데이콤의 경영을 어떻게 정상화하고 이를 무선·데이터통신과 연계, 어떤 방법을 동원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벌써부터 통신업계 일부에서는 『LG가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골칫거리를 떠안은 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LG라는 거대사업자의 등장을 달가워할 경쟁사업자는 하나도 없다. 데이콤이 한국통신의 집중 견제로 빈사상태에 빠져 있고 LG텔레콤도 SK텔레콤과 한국통신프리텔의 협공으로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통신사업자 모두의 표적이 될 판이다. LG도 이같은 현실을 파악, 데이콤 인수와 동시에 향후 6조원 이상을 투입, 경영 정상화는 물론 외형 10조원의 일류사업자로 육성한다는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LG텔레콤의 파트너인 BT의 역할도 주목된다. BT는 LG보다 한 발 앞선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의 경험을 갖고 있고 기술은 차치하고라도 기업 운영 노하우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본을 투자할지 조언에 그칠지는 모르지만 BT의 일정한 수준의 개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G의 데이콤 인수가 「상황 종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종합정보통신사업자로서 LG의 승부는 이제부터이고 그런 의미에서 국내 정보통신업계 모두가 LG를 주시하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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