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게임산업이 서적이나 음반, 영화산업을 능가하는 대형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자원과 자본이 취약한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게임」을 꼽는 사람들도 많다. 자본보다는 아이디어나 기술의 중요성이 높고 상품경쟁력만 있으면 해외시장 진출도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시장이 결코 만만한 시장은 아니다. 성장가능성이 큰 만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대형 소프트웨어(SW)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탄탄한 기획과 뛰어난 기술로 국내 게임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국내 게임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선두주자 중 하나는 소프트맥스(대표 정영희)다. 회사가 설립된 93년부터 지금까지 한눈 한번 팔지 않고 게임 개발이란 한 우물만 파왔다. 덕분에 취약한 시장기반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맥스가 내놓은 제품은 대부분 히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95년말 선보인 「창세기전」에 이어 「창세기전Ⅱ」 「창세기외전:서풍의 광시곡」 등이 모두 최고의 히트를 기록했으며 지난해말 선보인 「템페스트」 역시 출시된 지 4개월만에 7만5000카피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같은 성공을 발판으로 소프트맥스는 최근 새로운 도약을 모색중이다. 국내시장의 성공을 발판삼아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일본의 에스코트사와 제휴를 체결, 「창세기전Ⅱ」를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용으로 개발해 일본시장에 판매를 앞두고 있다.
KRG소프트(대표 박지훈) 역시 해외진출로 크게 성과를 올린 게임 개발업체다. 97년 박지훈 사장(29)을 비롯한 LG게임스쿨 동기생 4명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KRG소프트가 성공을 거둔 데는 해외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영국에서 개최된 유럽컴퓨터무역전시회(ECTS)에서 KRG소프트의 첫 작품인 「드로이얀」이 독일의 CDV소프트와 계약을 체결할 만큼 관심을 끌었다. 롤플레잉 게임에 전략 시뮬레이션적인 요소를 도입한 「드로이얀」은 3D로 모델링한 캐릭터와 배경이 생동감을 더해주고 빠른 스크롤과 부드러운 게임진행이 강점. 이 게임은 인터넷 월드차트에 국내 게임으로는 처음으로 101위에 랭크되는 성과를 올렸으며 다음 버전인 「드로이얀 넥스트」는 지난해 11월 신소프트웨어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시장 공략도 순조로운 편이다. 독일의 종합SW 유통사인 CDV사와 5만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을 맺은 것을 비롯해 미국·캐나다·스위스·오스트리아·프랑스 등지에 지금까지 모두 3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또 대만·홍콩·말레이시아의 게임업체와도 판권계약을 체결했다.
KRG소프트는 SF팬터지를 배경으로 한 실시간 롤플레잉 게임 「드로이얀 2」를 개발중이다. 이 게임은 파트Ⅰ인 「절대군주」와 파트Ⅱ인 「룬케네스」로 나뉘는데 이달말에 「절대군주」를, 오는 9월에 「룬케네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룬케네스」는 멀티플레이 기능을 가지고 있어 여러 사람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올해말에는 무협 롤플레잉 게임인 「열혈강호:검혼」을 선보일 계획이다.
박 사장은 『E3 등의 전시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올해 해외시장을 집중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올해 100만달러 어치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프시스템(대표 정재영)은 「낚시」라는 독특한 소재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업체다. 타프시스템이 선보인 「대물낚시광」은 3D 엔진과 그래픽을 이용한 낚시게임. 이 제품으로 타프시스템은 미국의 유명 게임 퍼블리셔인 인터플레이사와 판권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가 낚시를 소재로 게임을 개발한 것은 지난 95년. 정재영 사장이 자신의 취미인 낚시를 자주 즐길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제작을 시작한 것이 게임탄생의 배경이다.
타프시스템이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LA에 임시사무소를 설치하고 미국 현지 변호사와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해 미국인들의 구미에 맞는 사업제안서를 작성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친 덕분.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주효해 타프시스템은 사업계획서 제출 3일만에 미국의 여러 게임업체들에서 계약을 체결하자는 연락을 받아냈다.
『「대물낚시광」 시리즈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말하는 정 사장은 『캐나다 스파이드라(SPYDR
A)사와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해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한 3D 액션 게임인 「블랙위도우」를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팜골프」로 성과를 올린 지오인터랙티브(대표 김병기) 역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케이스. 지오인터랙티브가 내놓은 「팜골프」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드문 윈도CE 전용 게임SW. 이용자는 실제 골프를 치는 것처럼 힘과 거리를 조정해가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제품은 일본 카시오, 미국 모빌소프트, 유럽 위젯 등과 연간 70만달러에 달하는 라이선스 및 번들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또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윈도CE OS 「와이번」의 보너스 프로그램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HP·컴팩·카시오·필립스 등에서 개발한 와이번 채용제품과 함께 「팜골프」가 공급된다. 이를 위해 지오인터랙티브는 「팜골프」를 2홀 데모버전으로 별도 개발했다.
지오인터랙티브는 이외에도 온라인 동물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퍼피006」과 온라인 자동차 시뮬레이션 게임 「범핑카」를 각각 개발해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 게임방의 인기와 함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게임이 바로 네트워크 게임. 네트워크 게임 분야는 마리텔레콤·넥슨·NC소프트 등의 업체들이 해외 게임 못지 않은 완성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말 그래픽 머드게임 「리니지」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NC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지난 3월 미주지역에 상용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리니지」는 클라이언트 서버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그래픽 머드게임. 가상의 중세사회를 배경으로 이용자간에 다양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국내 최초로 온라인 게임에 알파블랜딩 기법을 적용시켜 그래픽 효과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9월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는 지난달말 약 5만명의 회원을 확보했으며 동시 접속자 수 2000명을 돌파했다. 이 회사 김택진 사장은 『최근 「리니지」만을 전문으로 하는 게임방이 생겨나는 등 「리니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말에는 동시이용자 수가 7000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그래픽머드 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넥슨(대표 이민교)은 영문버전 「NEXUS」를 상용화해 반년만에 매출 30만달러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에 따라 지난 97년 10월 새로운 그래픽 머드게임 「어둠의 전설」도 조만간 상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 이를 위해 넥슨의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진출의 교두보로 프랑스를 선정, 프랑스의 「유로센터」와 계약을 체결했다. 넥슨은 「바람의 나라」를 불어권 이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 이달중에 불어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넥슨은 가상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그래픽 머드게임 「일렌시아」를 개발, 각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오는 7월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3D 그래픽을 바탕으로 한 「Tactical Commanders(가칭)」, 「정령전쟁(가칭)」 등의 게임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머드게임인 「단군의 땅」으로 국내 머드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마리텔레콤(대표 장인경)은 97년 8월 「단군의 땅」의 후속편인 「아사달 시대」의 정식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웹기반의 전략 네트워크 시뮬레이션 게임인 「아크메이지」를 개발, 동남아와 미국 등에 정식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게임은 장인경 사장을 비롯해 「단군의 땅」 개발자인 김지호씨, 홍콩의 게임전문가까지 가세해 1년 7개월간의 노력 끝에 개발한 작품.
이 게임은 미국에서 하루 평균 약 2만8000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배너광고를 통해 월 5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마리텔레콤은 앞으로 서버를 확충하는 등의 서비스 개선을 통해 다음달말까지 1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 월 8만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말에는 모두 200만달러 이상의 광고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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