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게임SW업체가 해야할 일

 현재 국내 게임업계의 문제점을 들라고 하면 유통업자 열명 중 아홉은 『특A급 초대작만 팔리고 다른 게임은 시장에서 움직이지도 않는 것』을 꼽는다. 그리고 개발자들은 『시간과 자금이 없어 외국과 같은 대작을 만들 여력이 부족한 것과 그나마 게임을 만들어도 불법복제를 쉽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문제』라고 말한다. 유통사와 개발사 양쪽의 얘기를 듣고보면 이들이 문제로 지적한 내용은 다르지만 게임업계의 문제가 불법복제를 쉽게 생각하고 대작만 좇는 편향된 취향을 가진 소비자(게이머)로부터 나오는 것처럼 들린다. 과연 게임업계가 지닌 문제의 근본 원인이 소비자에게 있을까.

 유통업자의 지적대로 요즘 국내 게임시장은 「아주 재미있는 몇몇 작품만 팔리고 나머지는 찬밥」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팔리는 작품만 잘 팔리고 평범한 작품은 진열대 구석에서 먼지만 가득 뒤집어쓰고 있는 이른바 「양극화 현상」은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비디오·영화·음반 등에서도 나타나는 문화상품의 공통된 흐름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직장·학교에서 스트레스 받고 모처럼 시간을 내어 비디오를 보고 게임을 즐기는데 누가 평범한 비디오나 게임을 택하겠는가. 결국 이런 사회 흐름을 감안하면 개발자들은 게이머들의 스트레스를 「끝내주게」 풀어줄 재미있는 게임, 「대작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국내 모 게임개발사는 2∼3년 전부터 1년에 한 작품 정도만 출시하는데 내놓았다 하면 5만카피가 넘게 팔린다. 일례로 한창 IMF로 얼어붙고 복제가 기승을 부린다는 겨울방학 기간인 98년 12월에 출시된 이 회사의 한 게임은 올 4월 말 현재 7만5000카피가 넘게 판매됐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국산 게임이 2만카피가 넘게 팔리면 「대박 터졌다」고 얘기하는데 이 회사는 『시간과 자금, 복제…』 운운에 상관없이 대박만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의 개발인원은 약 25명으로 한 작품에 전원이 매달리다시피하는데 이는 다른 회사 평균 개발인원의 4배 규모다. 개발비용도 타사의 4배 이상 투자한다. 그야말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되는 작품」만 만들어 톡톡히 본전을 뽑고 남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또 게이머들은 이 회사에서 현재 기획 구상중인 「XX게임이 1년 뒤에 나올 예정」이라는 뉴스만 보고도 빨리 만들어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처음부터 남들보다 4배의 제작비를 가지고 게임개발을 시작하진 않았다. 이 회사 사장은 과거 건물 임대료가 없어서 여기저기 도움을 구하러 다녀야 했다. 모두가 어려웠던 96년 12월, 어렵사리 작품다운 작품을 하나 만든 뒤로 이 회사는 순풍을 탔다. 개발사가 소비자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아이디어와 개성으로 「좋은 작품」을 한번 내놓게 되면 그 뒤로는 계속 대박이 터지는 것이 이 업계의 속성이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게임이 안팔린다고 유통사와 개발사가 불만을 토로하는 이 순간에도 2만∼3만카피가 팔리는 몇몇 게임은 존재한다. 대박 아니면 사장되는 현재의 게임시장 구조로 볼 때 직면한 판매부진 문제를 푸는 열쇠는 결국 개발사에 있다고 봐야 한다.

 게임방 활성화를 통한 시장확대, 불법복제 단속, 개발사 지원정책 등이 하나같이 국내 게임시장의 당면한 문제점을 푸는 방안이긴 하지만 유통사와 소비자를 모두 즐겁게 해주는 근본적 해결책은 개발사가 이것저것 여러 작품을 내놓기보다는 꾸준한 기술개발과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아이디어, 독특한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고 「공들여 한 작품에 승부를 거는 것」이다. 『이게 게임인가요. 국산 게임이라 애정을 가지고 구입했는데 좀 너무 하지 않아요』라고 푸념하는 국내 게이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개발사는 게임제작을 당장 걷어치우고 다른 진로를 찾아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조신 PC파워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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