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LG그룹의 반도체 빅딜이 타결되면서 그 여파로 종합통신사업자 육성문제가 최근 급작스럽게 수면 위로 부상,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업계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반도체 빅딜을 하면서 현대가 보유한 데이콤 지분을 자연스럽게 넘겨받은 LG그룹이 5% 지분제한 족쇄를 풀고 과연 데이콤의 경영권까지 장악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우선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나라에서도 차제에 종합통신사업자 육성이라는 정책적 전환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는 기간통신사업의 경쟁체제 도입을 내걸고 유선전화는 물론 개인휴대통신·무선호출 등 신규 사업권 허가를 내줄 때마다 공익성이 우선시되는 통신사업의 특성을 내세워 소유와 경영의 철저한 분리를 추진해 왔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역무별 기능과 역할을 엄격하게 적용, 역무별 사업자 허가를 원칙으로 삼았고 타 역무를 침해하는 사업자에게는 유무형의 제재조치를 취해 사업자간 영역과 경계를 뚜렷이 해 왔다.
이 때문에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을 제외한 후발 신규 통신사업자들은 주요주주는 있어도 주인은 없는 기업으로 성장해 왔고 자신이 허가받은 역무에 충실한 상품개발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시장은 최근 들어 데이터통신 및 무선통신의 급부상과 함께 급격히 복합화되고 사업자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인한 중복투자 시비는 물론 끊이지 않는 부실기업화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이는 모두 집중보다는 분산에, 「경쟁을 통한 자생력 확보」보다는 모든 사업자의 균형 발전에 초점을 맞춘 정부정책의 산물이었다.
이같은 정책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사회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상 상당한 명분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르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모든 사업자가 균형있게 발전하기보다는 전반적인 하향 평준화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고 이해관계가 엇갈린, 비슷한 수준의 여러 주주들의 상반된 주장으로 급변하는 통신시장에 즉시 대응해야만 하는 사업자가 정책집행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반론도 있다.
우리는 통신사업자에게 반드시 주인이 있어야 하고 만약 없다면 주인을 찾아주라고 촉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정치적으로는 국민정서를 감안해야 하고 경제적으로는 공익성을 앞세우는 통신사업자를 무분별한 재벌의 수익싸움으로 전락시키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두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사전 정지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정책당국이 이제 더 이상 종합통신사업자의 육성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내년이면 국내 통신시장은 완전 개방단계에 돌입한다. 외국 거대통신사들의 인수·합병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수십년간 엄청난 자본력과 마케팅력 등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세계 통신업계의 거물들이 국내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금처럼 역무별로 쪼개고 이런저런 이유로 역할의 제한을 받고 있는 국내 통신사업자가 이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친다는 것은 한마디로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일본의 통신사업자인 NTT가 우리나라 전체 상장기업의 주가보다 더 큰 시장가치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엄연한 현실이다.
유무선 교차 진출과 역무내 복합상품 제공을 허용하고 시장 경쟁원리에 따라 도태되는 기업이 있다면 과감히 도태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국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무슨 수로 외국의 거대기업과 맞서 싸울 수 있겠는가 반문해 볼 때다.
정책당국은 경쟁을 통한 자생력 확보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려 이제부터 종합통신사업자 육성에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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