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체이싱 아미

 「체이싱 아미」의 출발은 남자와 여자의 사랑얘기다.

 캐빈 스미스 감독은 흔한 러브스토리에서 여자를 동성연애자로 설정하고, 남자의 단짝친구에게 여자의 전매특허로 표현되던 질투심을 부여해 영화를 좀더 복잡한 로맨틱 코미디로 끌고 간다. 성적 취향이 다른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사이의 사랑이라는 모티브는 흥미롭지만 사실 억지스럽고 불편한 소재이기도 하다. 선댄스영화제가 주목한 스타답게 캐빈 스미스 감독은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대사로 이 관계를 풀어가며 관객의 입맛을 맞추지만 소재의 도발성에 비해 형식과 내러티브는 지루한 감을 준다.

 홀든(벤 에플렉)과 벤키(제이슨 리)는 「띨띨이와 중독자」라는 코미디 만화로 인기를 누리는 동료 만화가. 둘은 어느날 같은 코미디 만화가인 알리사 존스(조이 로렌 애덤스)를 만나고 홀든은 섹시한 그녀의 매력에 빠져든다.

 다음날 알리사의 초대로 파티에 참석한 홀든은 들뜬 기분으로 그녀와 사랑을 나눌 것을 기대하지만 알리사가 여자와 키스를 나누는 것을 본 순간 절망에 빠진다. 친구인 벤키는 홀든의 기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알리사에게 여자들끼리의 섹스에 대해 짓궂은 질문을 해대며 동성애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낸다. 알리사의 제의대로 홀든은 그녀와 친구로 지내기로 약속하지만 만남을 거듭할수록 자신의 사랑이 그녀를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믿고, 결국 알리사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알리사도 홀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만 이번에는 가장 친한 친구인 벤키가 알리사와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선다. 알리사에 대한 벤키의 질투가 사실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느낀 홀든은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벤키와 알리사에게 셋이서 함께 동침을 하자는 제안을 한다.

 「아미를 쫓아서」로 번역되는 「체이싱 아미」는 우유부단했던 홀든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책의 제목. 이 영화의 새로움과 강점은 일단 드물게 여성 동성연애자의 시각을 다뤘다는 것과 감독의 위트가 느껴지는 다양한 캐릭터의 설정이다. 조연으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전작들에 비해 주연을 맡은 벤 에플렉의 매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조이 로렌 애덤스의 열연은 기억에 남는 영화.

<엄용주·자유기고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