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상거래> 미국에선 이렇게 한다

 『못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니까 못하게 되는 겁니다.』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한 영화 벤처기업인이 TV광고를 통해 강조한 이 카피는 국내 영화계는 물론 인터넷 비즈니스의 현실을 꼬집는 데 부족함이 없다.

 한국 영화계가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제작자금 및 제작여건으로 난관에 봉착했듯이 국내의 인터넷 비즈니스도 벤처자금과 열악한 정부지원, 고비용의 물류문제 등 빈약한 인프라와 업계의 마인드 부족으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자신이 설립한 유리시스템스를 루슨트에 10억달러에 매각한 김종훈 사장과 올해 20억달러에 달하는 거액으로 알카텔에 매각된 자일랜의 김윤종(미국명 스티브 김) 사장은 모두 벤처기업형 인터넷 비즈니스업체의 경영인이었다.

 두 사람 모두 기술과 아이디어 하나로 자신이 설립한 벤처기업을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거대 벤처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들의 이같은 성장에는 미국 정부와 민간부문의 벤처업체 지원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다수의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업체는 자금력이 넉넉지 않은 벤처기업들인데도 국내에서는 미국과 같은 에인절 클럽이 전무하다.

 또한 미국의 경우 야후·아마존 같은 인터넷업체들은 나스닥을 통해 막대한 사업자금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주식상장을 통한 직접금융은 제외하고 은행 등 일반 금융권에서조차 사업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더라고 담보가 없으면 대출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인터넷경제에 대해 실물경제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 정부의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 지원은 다소 미진한 편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이는 국내에서는 산업자원부가 전자거래기본법을 전담하고 정부통신부가 전자서명법을 책임지는 등 전자상거래에 관한 부서간의 일원화도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기반이 되는 물류비용이 국내에서는 너무 비싼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아마존은 DHL·페덱스 등 유통업체와 물류계약을 맺어 일반 서점에서 서적을 구입했을 때에 비해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는 데 비해 국내에서는 높은 물류비용으로 인터넷으로 구매할 경우 오히려 더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같은 인프라 재정비와 더불어 업계의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마인드 전환도 중요하다.

 많은 인터넷 쇼핑몰업체들이 직접 만져 보고 구매하는 한국적 구매 패턴 때문에 인터넷 비즈니스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러나 케이블TV의 전반적인 불황에도 홈쇼핑 채널의 폭발적인 성장은 이와 같은 문제 제기가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적인 특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업계가 소비자의 구매패턴에 관한 체계적인 분석 작업에 소홀히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야후는 자사 사이트를 방문하는 이용자 중 대다수가 일반 모뎀으로 접속하고 있다는 내부 분석 자료를 토대로 그래픽·이미지·배너광고 등을 대거 삭제, 가장 빨리 홈페이지를 다운로드하는 사이트로 개선했다.

 이같은 예에서 보듯이 미국의 주요 인터넷업체들은 인터넷 비즈니스 연구와 인터넷 쇼핑객의 구매패턴에 관한 다양한 분석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체계적인 인터넷 비즈니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주요 인터넷 비즈니스 사이트는 대개 화려한 그래픽으로 처리한다. 그러나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은 평균 33.3Kbps 속도의 모뎀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경우 과도한 그래픽 이미지에 질린 이들은 다시 그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인터넷 비즈니스업체 간의 전략적 제휴가 드문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포털서비스업체들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신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이익은 서로 공유한다.

 이들 포털서비스업체는 인터넷 비즈니스가 서로를 경쟁자로 간주해서는 파이를 키우는 것보다 서로를 죽이는 「치킨게임」으로 전락될 것으로 우려해 윈-윈전략을 통해 전략적 제휴관계를 확대·강화하고 있다.

 여러가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의 미래는 밝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여전히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수많은 업체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창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 긍적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쉬리가 타이타닉을 침몰시켰듯이 국내의 인터넷 비즈니스도 인프라 재정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업계의 마인드 전환 등이 하나가 될 때 미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업계를 능가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게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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