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산 PET필름 반덤핑조사 배경 뭔가

 중국이 최근 국산 폴리에스터(PET)필름에 대해 반덤핑 제소 움직임을 보여 국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중국의 이번 조치는 곧바로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에 포진한 굴지의 기업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지난해부터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중국진출을 제어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덤핑제소 업체나 덤핑률을 밝히지 않은 것도 국내 업체들의 애를 태우는 요인이다. 통상적으로 반덤핑 조사는 구체적인 사항을 발표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단지 「반덤핑 조사 잠정 결정」과 「재중한국대사관 통보」만을 확실하게 했을 뿐이다. 첫 소식이 알려진 15일 이후 4일이 지난 19일까지도 안개만 자욱하다.

 SKC·새한 등 업체들은 여러 통로를 통해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답답해하는 모습이다. 대책마련은 더욱 불가능한 상황이다.

◇배경

 업체들은 이번 중국의 조치에 대해 두 가지 견해를 갖고 있다. 발표 그대로 「중국 기업들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그 하나다. 중국은 97년 한국·미국·캐나다 등 3국에서 생산되는 신문용지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산 냉연전기강판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물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번 PET필름건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석연찮은 구석도 있는 게 사실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단지 위협하는 제스처가 아니겠느냐』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피력하고 있다. 국내 업체의 활발한 대중국 진출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상황이 확실하다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중국이 굳이 연막(?)을 피울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다.

 그렇다고 해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만만디」를 고집하는 중국의 특성상 시간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업체들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주말부터 소식통을 가동, 요인 분석과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KOTRA는 현재 주중한국대사관에 문의해보는 것밖에 뾰족한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

 지난해 중국 수출물량은 1500만달러어치. 우리돈으로 180억원 정도다. 이것은 홍콩을 경유한 1300만달러 규모의 간접수출 물량을 포함한 수치다. 올해 그 물량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 2월 두달간 중국으로 건너간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간접수출 물량은 반덤핑 조사에 포함되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다. 직접수출 물량은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도 작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더욱 큰 문제는 로컬수출 물품까지 반덤핑 조사 대상으로 분류되는 경우다. 로컬수출은 국내에서 생산·수출되는 제품에 PET필름이 공급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의 하나 로컬수출 물량에까지 반덤핑 조사의 불똥이 미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중국 당국이 쉽게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은 대상을 확정짓기 위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콕 찍힌」 국내 기업들은 이래저래 답답해하는 모습이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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