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51)

 일요일이 되면 내무반은 술렁였다. 일이 있든 없든 모두 외출을 하려고 했다. 내가 소속돼 있는 부대는 아주 특별한 곳이었다. 그곳은 휴일이면 일반 회사처럼 휴식을 취했고, 외출이 자유로웠다. 장교든 사병이든 당직자들을 제외하고 모두 우르르 몰려나갔다. 그 중에 여자를 만나러 나가는 나 같은 경우는 더욱 신바람이 나는 것이다.

 면도를 하고 얼굴에 로션을 발랐다. 누가 옆에서 향수를 뿌리는 듯해서 나도 조금 달라고 했다. 향수는 어디에 뿌리느냐고 물으니까 가슴에 뿌리라고 했다. 여자가 품에 안겼을 때 가슴에 코를 대니까 그때 땀 냄새가 나면 곤란하며, 그것도 하나의 예의라고 했다. 나는 그런 줄 알고 아주 듬뿍 뿌렸다. 그러자 옆을 지나가는 사람조차 내 몸에서 발산되는 향수 냄새를 맡고 힐끗 돌아볼 정도였다.

 나는 삼십분 정도 일찍 제과점으로 나갔다. 제과점에는 나이가 어린 여자가 파리채를 들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파리는 별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습관적으로 그것을 할랑할랑 흔들었다. 텅빈 제과점에서 기다리면서 나는 이따금 벽 한쪽에 걸려 있는 거울에 내 모습을 비쳐봤다. 감색 양복에 넥타이를 메고, 머리를 빗어 뒤로 넘겼다. 군인이라고 하지만 정보부대인 우리는 머리가 일반인처럼 텁수룩해서 사복을 입으면 전혀 군인 분위기를 풍기지 않았다. 나는 대학교에 다니는 자유분방한 학생처럼 보였다. 아니면, 이제 막 기업에 들어간 새내기 샐러리맨의 분위기였다.

 약속 시간을 오분 정도 남겨 놓고 송혜련이 제과점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모습은 나를 감탄시켰다. 항상 유니폼을 입고 은행 창구에 앉아 있는 모습만을 보았다가 사복을 입은 모습을 보는 것이 처음이기도 했지만, 그녀 역시 나름대로 멋을 냈다. 봄은 봄이나 조금 앞질러서 여름에나 입음직한 얇은 블라우스를 걸치고, 아래는 다리가 껑충 드러나 보이는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허리는 넓고 하얀 벨트를 메고 있었다. 그녀는 줄이 길다란 핸드백을 걸머졌는데, 몸집은 생각보다 작고 아담했다. 내 키가 커서 더욱 대조적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앞자리를 권했다. 우리는 마주 앉았다. 그녀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날씨가 참 좋아요, 그렇지예?』

 제과점 밖의 거리로 따스한 햇볕이 비쳤다. 거리의 사람들은 점차 많아지고, 지나는 사람들의 웃는 얼굴에 햇빛이 비쳐 반짝였다. 모든 것이 축복을 받은 것처럼 환하게 빛났고, 봄기운과 함께 만물은 활기에 차서 술렁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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