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신생 ISP들, "네티즌 잡기" 선심공세

 휴대전화처럼 PC도 공짜시대가 오는가.

 지난 2월부터 서서히 불기 시작한 PC 공짜 바람이 최근 들어 미국에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PC 선심공세의 선봉장은 신생업체들. 이들은 대부분 자사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인터넷 사이트의 정기적 이용을 조건으로 소비자들에게 PC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비록 1000달러 미만의 보급형 제품이지만 온라인기능이 기본적으로 지원되는 것은 물론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자리잡은 디렉웹이라는 업체는 지난달 말 자사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2만5000명(선착순)에 한해 333㎒ 셀러론 PC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광고했다. 한달에 최저 19.95달러의 인터넷 이용료만 내면 무제한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이 PC는 물론 15인치 모니터와 CD롬 드라이브, 56K 모뎀, 그리고 윈도98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고객들은 이 업체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동안 PC 소유자가 되며 만일 서비스를 해지하면 PC도 반납해야 한다.

 또다른 신생업체 고비도 이와 비슷한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전직 투자은행가들로 설립된 이 업체 역시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들에게 300㎒ 셀러론 PC(32MB 메모리, 3.2GB HDD, CD롬 드라이브, 56K모뎀 등 포함)를 공짜로 나눠 주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인터넷 접속료는 디렉웹보다 현실적인 월 25.99달러로 의무 가입기간이 3년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자사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에서 12만5000달러 이상 주택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 PC를 무료로 나눠 주었다.

 이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마이크로웍츠라는 벤처업체는 300㎒ 사이릭스 MⅡ칩에 32MB 메모리, 3.2GB HDD, CD롬 드라이브, 56K 모뎀을 갖춘 PC를 299달러에 판매하고 여기에 1년 동안 무제한적인 인터넷 이용권을 덤으로 끼워 주었다. 인터넷 서비스 이용료를 감안하면 거의 공짜인 셈이다.

 최근에는 인터스퀴드.컴이라는 신생업체도 이 행렬에 가세했다. 이 업체 역시 월 29.95달러 이용료의 자사 인터넷 서비스에 기본 30개월 동안 가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15인치 모니터가 딸린 333㎒ 셀러론PC(CD롬 드라이브, 56K모뎀, 기술지원보증 포함)를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이같은 PC 공짜 물결은 지난 2월부터 서서히 일기 시작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벤처업체인 프리PC가 개인정보를 알려주고 자사 사이트의 광고를 의무적으로 열람하는 이용자 1만명에게 컴팩PC를 무료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신생 ISP인 원스톱 커뮤니케이션도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달 일정금액 이상 물건을 구입하는 이용자 2만5000명을 추첨해 애플의 가정용 매킨토시 「i맥」을 거저 주겠다고 한 것이다.

 업체들의 선심공세에 흥미를 갖지 않을 사람은 없다.

 프리PC의 경우 광고를 내자마자 이틀만에 50만명이 넘는 신청자가, 원스톱은 2시간만에 2500여명이 서명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몰려 드는 소동을 빚었다.

 디렉웹은 다른 지역에 서비스를 개시하기 전 필라델피아 지역에서만 최소한 2만5000명 정도가 가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가능한 한 이른 기간 내에 100만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자사 사이트가 본격적인 인터넷 포털로서 자리잡을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상당한 광고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업체의 계산이다.

 신생업체들의 PC공짜 전략은 무엇보다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일단 관심을 집중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수천개가 넘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어차피 사업초기에는 마케팅비용이 집중적으로 투자돼야 하는데 바로 PC라는 미끼상품에 투자함으로써 기본적인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이같은 전략을 통해 신생업체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바로 인터넷 서비스 이용료라는 수입이다. 즉 이들의 관심은 PC판매가 아니라 이를 통한 인터넷 서비스 이용료나 광고수입인 것이다.

 이를 위해 컴퓨터는 가입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 위한 미끼인 것이다. 말하자면 휴대전화 서비스업체들이 단말기를 거의 공짜로 나눠 주고 거기서 나오는 서비스 이용료를 수입의 원천으로 삼는 것과 같은 전략이다.

 따라서 이들 신생업체는 PC와 인터넷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PC업체나 ISP들과는 또다른 업체군을 형성하는 선두주자로 불려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러한 PC공짜 전략이 휴대전화처럼 성공할 수 있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휴대전화에 비해 PC 구입 및 유지비용이 훨씬 비싸기 때문에 업체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수년 전 극소수의 전유물이었던 휴대전화가 가격급락으로 보급에 물꼬를 텄던 것처럼 PC도 같은 궤적을 밟고 있기 때문에 둘간의 차이는 거의 없어질 것이라는 게 신생업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이 어떤 결과를 낳든지간에 당분간 업체들의 PC공짜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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