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 여전히 오리무중

 당초 이달 초순에서 22일로 1차 연기됐던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가 다시 26일로 재차 연기되면서 간담회의 최대 현안인 반도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협상이 또 다시 파행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청와대 행사의 연기가 반도체 빅딜을 중심으로 하는 재계 구조조정 작업의 부진과 모종의 함수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최근 현대전자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 동남아 출장에서 급거 귀국해 정부측과 화해를 도모했던 정몽헌 현대 회장이 다시 16일 귀국 예정의 프랑스 출장길에 오르면서 당분간 총수 접촉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점도 반도체 빅딜의 파행 가능성을 더욱 짙게 하는 요소다.

 그동안 「반도체 빅딜은 총수간의 담판만이 해결책」이라는 정계와 재계의 한결같은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 출국으로 회동 가능성이 당분간 원천적으로 봉쇄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5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조찬 회의에 참석한 박세용 현대 구조조정 본부장은 『정 회장이 귀국하는 16일 이후 양 그룹 회장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언급, 총수 담판의 가능성을 내비쳐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박 본부장은 문제의 핵심인 LG반도체 주식 가격문제에 대해서는 『LG 측이 먼저 적정 가격을 제시하면 우리 안을 낼 것』이라고 부언, 항간의 추측처럼 현대 측이 먼저 양보안을 제시할 가능성 자체를 일축해 반도체 빅딜이 여전히 겉돌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같은 현대 측의 입장으로 볼 때 16일 이후 양 그룹 총수간의 담판을 위한 회동이 성사되더라도 가격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빅딜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것과 관련,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직·간접적인 피해와 함께 최근 들어서는 램버스 D램 분야 등 LG반도체 핵심 기술 인력의 해외 유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무리한 빅딜 추진에 대한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새로운 변수다.

 반도체 빅딜은 「피해자」입장인 LG보다 현대 고위층의 「결심」이 필요한 상황이며 이같은 결심 여부는 16일 정 회장 귀국 이후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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