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교육정보화 이대론 안된다 26> 난항 겪는 교무업무전산화

 지난해 말 시스템 공급경쟁으로 열기를 띠었던 교무업무전산화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 각급 학교에 설치돼 가동돼야 할 교무업무지원시스템이 당초 제안한 시스템과 다른가 하면 아직 검수조차 못받아 언제 정상 운용될지 불투명한 곳이 적지 않다.

 아직까지도 검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몇몇 지방교육청 낙찰시스템의 경우 하우징과 보드 등을 제외한 상당수 구성부품이 정품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충남 T교에 설치한 교무업무지원시스템을 들여다보면 본사가 승인하지 않은 부품이 들어있기도 하고 일부 부품은 라벨을 프린터로 출력해 덧붙인 흔적이 여기저기서 나타난다.이 학교는 현재 1학년 교무업무지원시스템조차 제대로 가동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본래의 시스템 사양(시스템 컨피규레이션)에는 내장형 스카시(SCSI)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몇몇 지방교육청에 내장형 스카시방식으로 제안, 결국 비정품을 사용함으로써 데이터 처리속도를 비롯한 시스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한창 시스템 공급경쟁을 벌였을 때 제기됐던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일부 시스템의 제안 내용이 실제 시스템 사양과 다른데도 채택(낙찰)됐다는 점이 주된 지적대상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동안 수차례 지적해온 저가경쟁이 그 주범으로 꼽힌다. 시스템 공급업체들이 일단 공급권을 따내고 보자는 식의 저가 출혈경쟁을 벌이고 나서, 이제 시스템을 가격에 맞추려 하니 삐끗거리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교무업무지원시스템 도입주체인 교육당국과 각급 학교의 제한된 예산, 정보화 능력부족, 그리고 최저가 낙찰제 등이 서로 맞물려 교무업무전산화의 정상궤도를 어렵게 하고 있다.특히 최저가 낙찰제는 공급업체간 저가경쟁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 교무업무지원시스템의 자격요건이 특정 애플리케이션 및 데이터베이스(유니SQL)와 특정 시스템(유닉스서버) 등으로 묶여있어 가격경쟁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IBM·HP·선마이크로시스템스·후지쯔 등 공급자격을 갖추고 있는 4개 외산 유닉스 시스템이 최저가 낙찰제에 맞춰 양보없는 수주전을 벌이다 보니 저가낙찰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러한 저가낙찰은 부실로 이어져 결국 예산낭비를 초래함은 물론 정상적인 교육정보화 환경조성을 기대할 수 없게 한다.

 따라서 교무업무전산화의 추진을 원점에서부터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지난 97년 교무업무지원시스템 시범구축때부터 문제점들이 제기됐지만 관련당국은 긍정적 측면만 강조하는 데 급급해, 아직까지 아무런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교무업무지원시스템에서 이어지는 교육정보유통시스템과 학교경영정보시스템의 구축이 올해부터 시작됐거나 예정돼있어 이 교육정보화사업의 면밀한 점검을 통한 개선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컴퓨터 사용환경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개방(오픈)형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데 과연 특정 애플리케이션과 DB를 고집해야 하는지, 일선 학교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유닉스 시스템으로 국한시켜야 하는지, 시스템 도입에 따른 사용환경 조성 및 사후 관리책 마련 등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을 동원한 종합적인 개선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초 교육당국이 교무업무지원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면서 일선 학교의 학생생활과 관련한 정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특정 업체에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맡기고 특정 DB를 채택했지만 이제는 컴퓨터 사용환경이 크게 바뀌고, 또 특정업체에 독점적 위치를 부여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일선 학교의 컴퓨터 사용능력은 PC조차 제대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 수준인데 굳이 외산 유닉스서버를 고집해야 하는지 전면적인 재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사후관리 문제는 지금부터라도 면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앞으로 가장 큰 골칫거리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으며, 힘들여 설치해놓은 시스템이 고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요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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