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영화에 대한 도발적 반란. 토머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데뷔작 「셀레브레이션」은 영화 만들기의 새로운 매혹을 제안한다. 35㎜ 카메라에 대한 고집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게 만들었던 이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관객들에게 새로운 체험이다.
「셀레브레이션」은 「킹덤」의 라스 폰 티에 등 덴마크 감독을 중심으로 결성된 「도그마 95」의 선언에 입각해 제작된 첫번째 작품이다. 「도그마 95」란 현재의 주류 영화들이 지닌 작가주의와 같은 어떤 경향들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캐릭터와 그 상황이 일어나는 장소에서 진실만을 담는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토머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핸디 헬드라는 도그마의 선언을 좇아 아버지와 가족 사이의 충돌과 대립,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과정을 6㎜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다. 이로 인해 「셀레브레이션」은 거칠지만 힘있고 답답한 공간의 약점을 오히려 속도감으로 표현한 영화가 됐다.
그러나 이 영화를 더욱 흥미있게 만드는 것은 도그마를 은유하듯 노골적이면서 집요하게 아버지의 권위를 짓밟아버리는 소재의 파격성이다.
거대한 농장과 호텔을 소유한 아버지의 60회 생일을 맞아 흩어졌던 가족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장남인 크리스천과 둘째 딸 헬렌, 그리고 막내아들 미켈은 모두 모여 자살한 크리스천의 쌍둥이 여동생 린다를 추억한다.
시간이 흐르고 파티가 시작되자 크리스천은 자신의 여동생이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아버지에 대한 축사로 대신한다.
『여동생을 강간해서 자살에 이르게 한 아버지를 위해 건배』라는 아들의 축사는 순식간에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고 어머니와 동생들 역시 아버지를 옹호한다. 그러나 죽은 린다가 숨겨 놓은 쪽지가 헬렌에 의해 읽혀지면서 진실이 밝혀지고 미켈은 아버지를 폭행한다.
과격한 소재 만큼이나 현란한 카메라 앵글, 굴절이 심한 렌즈는 거친 입자와 함께 기존 영화의 형식미를 뒤집는다.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고 영상세대의 문법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현재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다양한 매체의 등장은 「35㎜ 필름이 곧 영화」라는 공식을 점차 뛰어넘고 있으며 최근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이것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셀레브레이션」은 그것에 대한 긍정적 해답을 제공하는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카메라가 아니라 새로운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자유기고가 엄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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