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54);바이오피드백

 인간의 능력은 경이로운 것이다. 때로는 첨단 과학기술이 인간의 숨겨진 능력을 찾아내 더 잘 발휘하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바이오피드백이란 60년대에 생리심리학자들이 개발하고 발전시킨 방법. 인체의 여러 곳에 전극을 연결해 그 측정치를 관측하면 생리작용이나 기타 여러가지 신체 활동을 연구, 분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뇌파를 측정하는 것이다. 뇌파란 인간의 두뇌가 무슨 전파 같은 것을 방사한다는 말이 아니라 특정한 두 지점 사이에 흐르는 전류나 전위 차를 말한다. 물론 아주 미세한 값이지만 그 값은 근육이나 두뇌활동에 따라 일정한 변화를 나타낸다. 바이오피드백은 이런 측정장치를 연결한 상태에서 피측정자가 측정값을 직접 볼 수 있게 해주고 특정한 결과가 나오게끔 자기 암시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좀더 쉬운 이해를 위해 다음 예를 살펴보자.

 어떤 사람(피실험자)에게 팔 근육을 전극에 연결해놓고 현재 수치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여준다. 그 수치가 10이라고 가정하자. 그 사람에게 수치가 11이 되도록 근육을 긴장시켜보라고 요구한다. 그러면 피실험자는 근육을 수축하거나 이완시키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수치가 11에 가까워지는 경우를 알게 된다. 이 과정이 계속되면 피실험자는 수치를 11로 올리는 방법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즉, 인간의 의지에 따른 생리작용과 그 작용을 관측하는 장비가 서로 되먹임(피드백)하는 것이다.

 바이오피드백은 초창기에는 그저 호기심의 대상 정도로만 취급되어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관측 센서도 꼭 전극만은 아니어서 예를 들어 두 손바닥에 온도계를 장치해놓고 한쪽 손의 온도만 올려보라고 요구하면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두 손바닥의 온도를 다르게 만들 수 있는 사람도 나왔다고 한다. 물론 그 온도 차이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인간의 잠재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주는 방법이었다. 마인드컨트롤의 보조수단이라고나 할까.

 그러던 것이 신경성 장애인들의 재활치료에 응용되면서 바이오피드백은 커다란 각광을 받게 되었다. 척추를 다쳐 팔과 다리가 마비된 환자의 경우 대개는 신경이 100% 죽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재활치료를 하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다. 길고 고통스럽지만 계속 근육을 움직여주고 걷거나 쥐는 연습을 하면 상당 부분 기능이 살아나기도 한다. 이럴 때 바이오피드백을 이용하면 회복 정도를 수치로 매순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재활속도가 빨라진다.

 미국에서는 교통사고로 목 이하를 움직이지 못하게 된 어떤 여성 환자가 바이오피드백을 이용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몇년 뒤에는 휠체어를 버리고 목발로 다닐 수 있게 되었으며 심지어 보통 사람 이상의 팔 힘을 갖게 되기도 했다. 또 장애인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성 질환이나 성격장애 같은 증상도 바이오피드백을 통해 놀라운 치료 효과를 보았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심지어 알코올중독이나 마약중독자에게도 이 방법이 적용된다고 한다.

 바이오피드백은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주는 보조수단이다. 신체의 모든 부분을 통제하는 두뇌로 하여금 가장 효과적이고 능률적인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하면 매순간 자신의 노력에 따른 성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해가며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지가 약한 사람도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 바이오피드백은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아마도 인체의 모든 기관과 모든 작용에 응용이 가능할 것이다.

 아무튼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잠재력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예로서 바이오피드백만큼 적절한 경우도 드물 것이다.

<박상준·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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