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업실> "기술과법연구소" 박진아 선임연구원

　『20세기까지는 법이 경제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는 데 그쳤다면, 21세기에는 법이 경제와 사회를 이끌어야 합니다.』

　기술과법연구소(소장 김문환)의 선임연구원 박진아씨(33·이화여대 법대 박사과정)는 국내에서는 드문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법 전문가다.

　그녀가 처음 법과 정보화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92년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부터. 논문에 필요한 자료를 찾는 데 인터넷과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고, 이러한 관심이 이어져 석사학위를 마친 후 수년간 전문 DB검색사의 길을 걷기도 했다.

　지난 96년 기술과법연구소와 인연을 맺은 후 「인터넷과 법」이라는 주제의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본격적으로 인터넷 법 전문가의 길에 들어섰다.

　지난 1월초 국회에서 통과된 전자거래기본법의 골격을 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현재는 내년초 도래할 Y2K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Y2K 특별법안(가칭)」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외국의 한 조사기관이 예측한 바에 의하면 앞으로 5년 안에 전자상거래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미흡하나마 전자거래기본법을 내놓은 것은 늦은감은 있지만 꼭 필요한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이번의 전자거래기본법은 커다란 변화를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전자상거래법에 대해 가장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최근 SW를 비롯한 무형의 정보를 거래하는 것을 총괄적으로 규정하는 「통일상법(UCC) Article 2.B」항의 초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올해 안에 이 법안이 완성되면 미국내 대부분의 주에 적용되고 전세계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법 통합의 길을 걷고 있는 유럽연합(EU)도 차제에 전자상거래 시대를 맞아 통일적인 법체계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급속하게 법제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민법이나 상법에 전자상거래를 규정하는 방향으로 개정작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합니다.』

　그녀는 앞으로 21세기 정보시대에 맞는 법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와 법조계의 더 큰 관심과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