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업계, 시장 양분화 대응 "윈윈 마케팅" 총력전

 『고가제품으로는 수익성을, 저가제품으로는 점유율을 노려라. 어느 한쪽만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PC에서와 마찬가지로 워크스테이션시장도 고가와 저가라는 양분화 추세가 가속됨에 따라 양쪽을 모두 거머쥐려는 업체들의 윈윈전략이 조직개편이나 가격합리화, 호환성유지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한때 2만달러를 넘던 시스템가격이 수천달러대로 떨어지고 윈도NT기종의 급속한 성능 향상으로 과거 유닉스만이 가능했던 정교한 작업까지 NT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워크스테이션 고객들의 구매패턴은 유닉스/윈도NT를 막론하고 고급형과 보급형으로 나눠지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게 됐다.

 따라서 업체들은 시장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다시 짜거나 새로운 제품전략으로 워크스테이션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중 대표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이 컴팩컴퓨터와 휴렛패커드(HP).

 두 업체는 최근 동시에 그것도 비슷한 방향으로 워크스테이션부문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개편의 성격은 윈도NT와 유닉스라는 전통적 플랫폼에 의한 구분이 아니라 고급형과 보급형, 즉 성능에 따른 구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컴팩은 그동안 모든 제품을 총괄해 오던 워크스테이션사업부를 둘로 나눠 하이엔드기종인 알파워크스테이션사업은 현재 알파 서버를 담당하고 있는 하이퍼포먼스시스템스사업부로 이관하고 이보다 하위급인 인텔 펜티엄Ⅲ와 제온칩기반의 워크스테이션제품은 데스크톱사업부로 넘겼다.

 HP는 자사 윈도NT 워크스테이션의 하이엔드모델인 「카약 XW」의 개발 및 제품총괄을 유닉스사업부로 흡수시켰다. 이에 따라 앞으로 「카약 XW」 모델은 유닉스기종 「비주얼라이즈 B·C·J」 모델과 같은 계열인 「비주얼라이즈 NT」라는 새이름을 달고 나올 예정이다. 말하자면 유닉스와 윈도NT의 영역구분을 없애버린 것이다.

 컴팩이 알파기종을 하이퍼포먼스시스템스사업부로 떠넘긴 것은 워크스테이션사업부를 일단 둘로 나누되 가격과 물량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인텔/윈도NT기종에 보다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이는 컴팩의 PC전략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인텔칩시장이 공략하기에 수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HP의 조직개편은 디지털 콘텐츠제작이나 과학적 비주얼작업 등 하이엔드시장에 새로운 비주얼 NT기종을 집중 투입하는 한편, 로엔드기종인 카약 XU 및 XA 모델로는 소프트웨어개발이나 금융 분석 등 덜 집약적인 분야를 공략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개발 및 제조과정의 효율화를 염두에 둔 듯하다.

 아무튼 이들 업체의 조직개편은 시장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신속한 조치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즉 고수익을 보장하는 하이엔드시장도 놓치지 않으면서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보급형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분석가들도 워크스테이션시장에서의 구입패턴이 확실히 양분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화려한 그래픽기능이나 정교한 작업 등 고성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1만달러대의 고가제품을 선호하는 반면, PC와 마찬가지로 워크스테이션에서도 가격이 중요한 구매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중시하는 고객 또한 늘어간다는 얘기다.

 따라서 업체들의 시장전략도 이 두개 영역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할 것이란 게 분석가들의 지적이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업체들의 생존전략은 그밖에도 다양한 양태로 나타난다.

 윈도NT 워크스테이션시장에서 기염을 토하고 있는 델컴퓨터는 지난해 HP와 선두다툼을 벌인 여세를 몰아 그동안 접근할 수 없었던 유닉스고객까지도 끌어 들인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를 위해 델은 얼마 전 인터릭스와 손을 잡고 윈도NT기종에서 유닉스 프로그램을 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공급에 나섰다.

 유일하게 유닉스를 고집하고 있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역시 윈도NT에 대한 가격경쟁력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일찍이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구사, 현재까지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중 선의 「울트라 5」와 「울트라 10」은 지난해 워크스테이션 판매에서 톡톡히 효자노릇을 한 제품으로 로엔드기종인 「울트라 5」의 경우 333㎒ 「울트라스파크 Ⅱi」 모델의 최저가격이 3695달러여서 펜티엄Ⅱ 제온기반의 윈도NT제품보다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또 MCAD나 3D애니메이션 등 그래픽 집약적 애플리케이션용인 「울트라 10」도 「333」 모델이 4300달러 정도로 역시 윈도NT와 비슷한 가격에 공급되고 있어 하이엔드시장에서 다져온 선의 이미지를 보급형으로까지 확대시키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선은 이에 힘입어 지난 달부터 유닉스 워크스테이션에서 윈도 애플리케이션을 운용할 수 있게 하는 확장카드 「선PCi」를 공급하는 등 윈도고객 끌어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