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킬러 애플리케이션 (9);킬러앱 (5)

 이 같은 킬러앱의 파괴력에 대한 최근의 예를 살펴보기 위해 우리는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우정국 본사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기술 투자를 책임지고 있는 임원들은 우정국이 자체 영업의 완전한 폐업을 예고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우정국은 소형 패키지와 속달편지 배달 부문을 잃어버리고 현재는 무려 20만대의 차량과 80만명의 분류원 및 배달원, 그리고 3만6000여곳의 지역 우체국을 포함한 자체의 값비싼 외형 인프라를 지원하는데 1급우편과 요금별납 우편물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1급우편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고, 또 비즈니스 우편과 요금별납 우편물은 곧 동종의 경쟁자인 전자메일이라고 불리는 값싸고 수수하며, 거의 불쌍할 정도로 소박한 기술의 희생물이 될지도 모른다.

 초기 인터넷시절 자신들의 컴퓨터를 서로 연결시켜 놓았던 과학자들이 단순히 개발해본 전자메일이 이제는 킬러앱의 상태에 달했다. 이제는 매일 수백만통의 메시지가 자동적으로, 그리고 실제로 무료로 전달되고 있다. 우편서비스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전자소인, 등기 또는 여타 인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부문에서 상당한 매출을 끌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마빈 러년 우체총국장은 지난 96년 전자메시징 분야로의 대규모 확장을 의회에 요청했으나 실패한 다음 『우정서비스는 모든 제품라인 전반에 걸쳐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을 겪고 있다』고 인정하고 이를 「전자적 대체품」이라 지칭했다. 우체국이라는 제도가 존속되어온 지난 200년 동안 우체국은 1급우편배달 부문에서 부인할 수 없는 법적 독점체제를 구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러년 국장의 발언은 상당히 주목할 만한 고백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전자메일이 너무나 급속도로 등장함에 따라 심각한 도전에 대응할 기회가 없었다. 이제 우체국은 여기에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조차 회의를 나타내고 있다.

 전자메일은 이제 소위 「푸시기술」로 광고 및 정보 전달에 적용되고 있다. 전체 디지털 제품을 보낼 수 있는 데도 단순히 메시지만 보낼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멀티미디어적 경험이다. 간단한 메모를 순식간에 타이핑하면 메일을 「판독」하고 응답할 수 있는 점차 지능적이 되고 있는 시스템을 통해 자동적으로 몇 시간 내에 수신되고 답장을 받을 수 있는데도 구태여 응답기기로 송수신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참조자료에 액티브 하이퍼링크를 게재하는 등 흥미로운 기사의 완벽한 내용의 사본을 사내의 모든 종업원들에게 보내는 작업도 단지 키 몇 개만 누르면 수신자가 아래층에 있든 아니면 스리랑카에 있든 상관없이 편리하게 전송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구식 팩스를 사용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전자메일은 하나의 킬러앱으로 우체국을 축출하는 데서 출발했으나 종국에는 인류의 커뮤니케이션을 재정립하게 될 것이다.

 어렴풋이 다가오고 있는 킬러앱에 위협을 느낀 것은 러년 국장만이 아니다. 모든 산업계의 상층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직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이며 DTP(Diamond Technology Partners)의 동업자인 폴 캐롤 씨가 수행한 연구의 한 부분을 맡아 우리는 지난 97년 30명의 주요 CEO들을 인터뷰하고 또 다른 400명의 상층임원들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이 조사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위협과 기회에 대한 경영층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월드와이드웹, 인트라넷(인터넷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내부 네트워크) 및 전자상거래와 같은 개발품들이 제시하는 기술에 대한 새로운 역할을 둘러싸고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기업들에서, 그리고 모든 산업 부문에서 분명히 혼란을 겪고 있었다. 임원들은 기술이 그들의 비즈니스의 기본적인 경제방정식을 변경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했으나 동시에 그들 자신의 조직에서 기술은 단순히 전략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견지하고 있었다.

 조사대상자의 25% 정도가 경쟁의 규칙이 변화하고 있고 또 그들 자신이 적절히 이해하지 못한 기술들에 의해 다양한 변화가 일고 있다고 고백했다. 또 응답자의 35% 이상은 글로벌 기술로 인해 시장이 투명해져서 이제는 자고 일어나면 글로벌 경쟁사가 출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모든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 속이 편하다고 응답하는 임원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렇다고 응답한 얼마 안 되는 사람들도 캐롤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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