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이하 공진협)로부터 「연소자관람불가」등급을 받은 미국산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지난달 25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정통윤)가 「청소년에게 유해하지 않다(적합)」는 상반된 심의결과를 내림으로써 야기된 논란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공진협의 「스타크래프트」 재심 결과로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공진협과 정통윤의 상충된 입장을 조정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강지원)는 6일 양 심의기관과 민간사회단체 관계자 등을 참석시킨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스타크래프트」 재심의 이후로 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김석병 사무관은 『「스타크래프트」의 국내 공급원이 조만간 재심의를 신청할 예정인 점을 감안,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직접적인 조정권을 행사하는 것보다는 심의기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체회의 위원들의 중론이었다』고 조정권 행사를 보류한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전체회의 결과보고서를 통해 『양 심의기관의 심의결과는 각 심의기관의 심의기준에 따른 것으로 각각 의미있는 결정이었다』고 전제하면서도 『「스타크래프트」의 일부 장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부연함으로써 사실상 연불판정을 내린 공진협의 체면을 살려줬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조정권 유보에 대해 양 심의기관을 비롯한 여타 당사자들은 법정 심의기관과 심의제도의 위신이 추락되는 상황을 막는 범위 안에서 보호위원회가 무리없는 대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스타크래프트」 심의등급에 대한 논란은 다시 공진협쪽으로 공이 넘어간 셈이 됐다. 「스타크래프트」의 국내 공급원인 한빛소프트(대표 김영만)는 빠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에 재심의를 신청할 예정인데, 당초 공진협측의 요청대로 연불판정의 근거가 된 동영상부문을 모두 삭제하고 재심의를 받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공진협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스타크래프트」의 최초심의를 신청했던 LG소프트(당시 국내 공급원)가 제품 출시에 급급, 등급에 상관없이 심의통과만 재촉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문제가 된 부분만 삭제한다면 하향조정된 심의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임을 넌지시 밝혔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앞으로 돌발변수가 없는 한 「스타크래프트」는 최소한 「고등학생(15세이상) 관람가」이하의 등급으로 재심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빛소프트는 등급이 하향조정된 「스타크래프트」를 소위 「게임방용」으로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조정결과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게임방업주들은 보호위원회가 판단을 유보한 것에 대해 다소 아쉽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인터넷PC대여업협회의 김형철 사무국장은 『「스타크래프트」의 재심의 등급이 하향조정된다고 해도 별개의 게임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이 게임으로 인해 불구속 입건된 수백명의 게임방업주들은 구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이미 제기된 행정소송 등 법적인 수단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대여업협회는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현재까지 4백여명의 게임방업주들이 불구속 입건됐으며 부과된 벌금과 과징금은 총 40억원 규모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이번 공진협과 정통윤의 상충된 심의결과는 소비자들에게 큰 혼란을 줬을 뿐만 아니라 현행 게임 심의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싱글플레이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인터넷 등을 이용한 멀티플레이 형태로는 말썽이 된다는 식의 절름발이 심의는 어떠한 형태로든 개선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게임유통업체와 게임방업주들도 매상 올리기에 급급해 청소년보호를 외면하는 행태를 떨쳐버리지 않을 경우 결국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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