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PCB업계 "빌드업 열풍"

 휴대폰 및 노트북PC 등 전자기기의 경박단소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부품을 탑재하는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는 업체들 사이에서 빌드업PCB 열풍이 불고 있다. 빌드업PCB는 기존의 다층PCB 이상의 고밀도 실장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판의 면적을 획기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PCB업계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빌드업PCB는 일본IBM·마쓰시타전자부품·일본빅터(JVC)·도시바 등 전자업체들이 자사의 세트제품에 채택하기 위해 개발한 일종의 다층·고밀도 PCB로 최근 세트기기의 소형·경량화와 함께 PCB시장의 주력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여느 부품업계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전문업체가 중소업체인 PCB업계에서도 빌드업PCB 분야에 진출해야만 목숨을 보존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빌드업PCB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세트업체들이 각기 독자적으로 개발한 공법을 업계의 표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세력확장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PCB전문업체들도 속속 빌드업PCB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어떤 빌드업PCB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프린트회로공업회(JPCA)에 따르면 일본의 빌드업PCB 생산액은 지난 97년에 약 278억3000만엔에서 지난해에는 2.3배 가량 늘어난 656억2000만엔 규모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며 참여 업체도 97년의 21개사에서 지난해에는 29개사로 늘어났다.

 현재 빌드업PCB의 대명사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마쓰시타전자부품의 「알리브(ALIVH)」공법이다. 알리브공법은 녹색 기판으로 아라미드 섬유인 부직포를 사용하고 층간의 각종 신호전달을 동분(銅粉)과 에폭시수지, 경화제 등을 주성분으로 해서 만든 도전(導電)페이스트를 사용한 것이다.

 지난 96년 마쓰시타통신공업이 업계 최초로 100g 이하의 가벼운 휴대폰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알리브공법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마쓰시타전자부품은 내년중에 일본 최대의 PCB전문업체인 일본CMK에 알리브공법과 관련한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알리브를 업계의 표준으로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마쓰시타전자부품은 마쓰시타통신공업 외에 일본내 다른 휴대폰업체에도 알리브공법을 공급하는 등 현재 일본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마쓰시타전자부품은 일본에 이어 세계시장을 다음 공략대상으로 잡았다. 이 때문에 마쓰시타전자부품은 일본 공장 안에 설비증설을 할 만한 유휴공장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 공략을 고려해 일본에 있는 공장에서는 당분간 설비증설을 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세계 최대의 휴대폰 생산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 등 유럽지역 업체들도 휴대폰의 소형·경량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적당한 빌드업PCB 공급업체를 물색하고 있는 상태여서 마쓰시타전자부품에 있어서는 이번이 전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에는 다시 없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편 다른 경쟁업체들도 마쓰시타전자부품의 알리브공법에 맞서 점유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빌드업PCB의 원조격인 일본IBM사의 「SLC」공법은 알리브공법과는 달리 동도금을 사용해 위층의 동박과 전기적 접속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지난해 이 회사가 선보인 웨어러블PC와 1인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도 SLC공법을 사용해서 실현했다.

 SLC공법과 유사한 공법으로는 NEC의 「DV멀티」공법과 일본빅터의 「VIL」공법 등이 있다. 이들 공법이 알리브와 차별을 두고 있는 것은 층간의 신호전달 방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배선 패턴의 미세화가 진행됨에 따라 비아(구멍)에 페이스트를 메우는 알리브공법으로는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볼 그리드 어레이(BGA)나 칩 사이즈 패키지(CSP) 등 차세대 반도체 실장 분야에서는 그러한 현상이 더욱 빠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한편 도시바의 「B²it(B스퀘어잇)」공법은 은 페이스트로 형성한 범프(돌기)가 절연층을 뚫음으로써 각 층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독특한 기술이다. 후막공정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알리브와 비슷하지만 박막공정을 사용하는 SLC 등보다는 투자액이 훨씬 적게 드는 것이 장점이다.

 B²it공법은 비아가공이나 도금공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고 수율도 높다. 또 절연재료가 한정되어 있지 않은 점도 다른 공법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다. 차세대 반도체 실장의 경우도 IC를 실장하는 상층부에만 비아가공을 하면 된다.

 도시바는 이같은 B²it공법의 특징을 내걸고 야마이치전기·크로바전자공업 등 8개 업체에 기술을 제공, 세력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CMK는 알리브공법뿐만 아니라 도금을 통해 신호를 전달하는 클라비스(CLLAVIS)공법의 빌드업PCB를 생산하고 있으며 올초 새로 시장에 진출한 에르나도 B²it공법과 도금타입 등 두 가지 공법으로 빌드업PCB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아직 빌드업PCB는 1조엔 규모의 일본 PCB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지만 휴대폰·디지털캠코더 등 디지털 휴대기기를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내년중에는 다층PCB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빌드업PCB 시장은 세트업체의 PCB사업 부문이나 주요 PCB업체 등 기존 세력 외에도 그동안 다층PCB사업에 주력해온 중소 전문업체 등도 속속 가세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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