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사이버 전쟁의 승자

김홍식 한솔CSN 사장

 인터넷 사이버 공간은 20세기 말, 인류가 발견한 마지막 신대륙일지도 모른다. 21세기는 바로 이 신대륙을 지배하는 자의 세기가 될 것이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자문역을 지낸 자크 아탈리 프랑스 국가자문회의 위원은 인터넷이야말로 21세기 성장을 이끌고 나갈 신대륙이라고 「르몽드」지를 통해 역설한 바 있다.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는 상점·극장·신문사·은행·병원·학교·식당 등 현실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그대로 옮겨놓을 수 있다. 이곳은 국경이나 세금, 인종차별이 없는 자유무역지대이자 전세계가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존재한다. 거대한 시장, 무한한 기회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신대륙과 같은 곳이다. 이 신대륙내 무역규모는 21세기 초에만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원료와 상품시장을 찾아 세계 열강이 식민지전쟁을 치열하게 벌였던 것처럼 지금 이 신대륙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중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혁신적인 정보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것도 21세기에 펼쳐질 「사이버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준비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사이버 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인터넷 자체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시장이며, 다른 하나는 인터넷을 활용한 사이버 비즈니스 시장이다. 이 가운데 인터넷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시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진출이 외국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었고 기술축적 면에서 뒤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이버 비즈니스의 경우는 외국 기업이나 우리 기업이나 아직 초기 단계에 있어 차이가 없다.

 따라서 현재 우리에게는 사이버 비즈니스의 활성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 비즈니스는 곧 아이디어와 기술,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이 성공의 관건이다. 이것은 단순히 하드웨어나 통신망을 잘 갖춘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제도적·경제적 환경과 같이 보이지 않는 환경여건이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벤처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벤처기업은 충분한 자본은 없으나 아이디어와 기술,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갖춘 기업이다. 사이버 비즈니스는 빌딩임대료·인건비·유통채널 등 과다한 초기비용으로 인한 비즈니스 기회의 박탈 내지는 거대한 자본과 인력으로 현실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가진 대기업과의 경쟁을 해야 하는 환경적 제약조건이 없다. 기업규모나 자본, 관리인력의 수가 아닌 「창조적 아이디어」에 의해 승자가 결정되는, 그야말로 벤처기업에게 최상의 활동공간이다.

 사이버 비즈니스, 더 나아가 사이버산업은 얼마나 많은 벤처기업을 육성하는가와 이러한 벤처기업이 마음껏 누빌 수 있는 제도적·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가 마련한 「사이버 코리아 21」에 따르면 오는 2002년이면 지금보다 200배 빠른 1.5∼2Mbps급 초고속 통신서비스와 국가 지식정보 통합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한다. 참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 우울한 소식도 들려온다. 한 벤처기업가가 인터넷쇼핑몰 개설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신용카드사로부터 사이버 가맹점 허가를 받으려다 수천만원의 은행잔고와 보증인을 요구하는 바람에 사업을 포기한 일이 신문에 소개되었다.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벤처기업의 싹을 키우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 세제 및 자금지원 확대, 벤처기금 활성화, 기술지원체계 구축 등 범사회적 환경조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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