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PC와 동고동락해 온 3.5인치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FDD)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대용량 FDD와 CDRW드라이브가 3.5인치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가격도 어느 정도 안정돼 외부장착기기로서는 일단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존 FDD가 사라지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대용량FDD와 CDRW는 이제 외부장착기기의 한계를 넘어서는 PC 기본탑재품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그러나 두 제품 모두 경쟁제품을 압도할 만한 카리스마는 아직 부족한 상태다.
최근 들어 3.5인치 FDD는 PC 필수탑재 기기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미국 애플컴퓨터의 「i맥」과 「파워매킨토시G3」가 FDD를 없앤 대표적인 제품이며 노트북PC업체들 사이에서도 외부기억장치 가운데 제외시킬 장치 1순위로 FDD를 꼽고 있다.
FDD와 FD가 이같은 수모를 받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장치 고유의 용도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CD롬드라이브, 통신 등에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윈도나 매킨토시 운용체계(OS)를 구동시키는 작업에서의 FD 역할로, 기존에는 FD를 많이 사용했으나 현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평상시에는 HDD를, 꼭 필요할 때는 CD롬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의 판매와 배포도 파일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FD보다는 CD롬을 사용하는 예가 늘고 있다.
그러나 FDD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원인을 잘 살펴보면 디스크 교환형 외부기록장치의 수요가 없어진 때문이 아니라 FD의 용량이 1.44MB로 매우 작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작성한 파일의 휴대와 배포·백업 등의 용도는 HDD나 CD롬드라이브가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FD를 이용하기에는 데이터의 용량이 너무 크기 때문에 대용량 FDD나 CDRW와 같은 외부장착기기에 대한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시장 CDRW드라이브 출하대수는 600만대, FDD 가운데 가장 출하대수가 많은 집드라이브는 1000만대에 이른다. 반면 IDC가 집계한 같은 기간 PC 출하대수는 8996만2000대로 수치상으로 CDRW드라이브와 집드라이브 모두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외부장착기기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대용량FDD와 CDRW드라이브 두 종류 제품 모두 이제는 PC 표준탑재를 향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표준탑재라는 관점에서 비교한다면 현시점에서는 대용량 FDD가 한발 앞서있다고 볼 수 있다. FDD는 현재 외부장착기기이면서도 기존 FD의 역할과 그 한계극복에 적절히 활용되고 있는 반면 CDRW드라이브는 음악 및 영화편집용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두 제품을 비교하면 98년말 시점 대용량 FDD의 가격은 약 200달러였던 반면 CDRW드라이브는 약 500달러. 그러나 매체가격은 대용량 FDD용이 15달러인 반면 CDR는 2달러. CDRW도 현재 생산량 부족으로 가격이 20달러 선을 형성하고 있으나 올해 이후 CDR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실 매체가격이 PC업체들의 PC 가격책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PC 선택에는 매체가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PC업체들이 표준탑재 제품을 선정할 때 장치가격뿐만 아니라 매체가격도 신중히 고려할 것이 분명하다.
대용량 FDD는 CDRW드라이브와의 경쟁뿐만 아니라 내부싸움도 심해 집을 비롯해 슈퍼디스크·HiFD 등 사양이 다른 제품들이 시장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제품은 서로간의 호환성이 없어 배수의 진을 친 싸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CDRW진영은 사양이 통일돼 있어 다소 느긋한 상황으로, 최악의 경우 기존 CD롬드라이브 또는 DVD램드라이브와 통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이제 3.5인치 FDD는 5.25인치 FDD가 그랬듯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 확실하다. 업계의 관심은 이 3.5인치 FDD를 이을 PC 표준탑재 외부기록장치에 쏠리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대용량FDD와 CDRW 모두 절대적인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두 매체간 표준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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