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타치제작소가 싱가포르에서 D램사업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고 「일본경제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히타치는 신일본제철과 각각 35%를 출자한 싱가포르 반도체생산거점인 히타치니테츠반도체(HNS)의 경영권을 완전히 인수하기로 신일본제철측과 합의하고 올해 안에 이 거점에 최첨단 미세가공기술을 도입하는 동시에 증산을 위한 투자도 감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NS의 주식 30%는 싱가포르 개발청이 보유하고 있으나 이 주식에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이번 신일본제철의 의결권 포기로 히타치는 전체 주식의 35%만을 보유하고도 회사를 사실상 자회사처럼 독자운영할 수 있게 돼 효율적인 사업계획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히타치는 우선 64 MD램을 월 200만개 생산해 신일본제철측과 절반씩 판매하고 있는 현 시스템을 조정, 생산물량을 자사가 관리·판매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월 생산능력도 올해말까지 64MD램 환산 800만개로 4배 정도 확대하고 내년에는 200억∼300억엔을 투자해 웨이퍼 처리능력을 현재의 2만장에서 3만장으로 50%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히타치는 HNS를 메모리 생산 주력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인데 이대로 추진될 경우 현재 국내 70%, 해외 30%인 64 MD램 생산비율이 내년 중에는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히타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미세가공기술을 5월까지 HNS에 도입해 세계 최소 크기의 64MD램 칩을 양산, 현재 9달러인 64MD램 가격이 7달러까지 떨어져도 이익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차세대 제품인 256MD램 양산에도 이 첨단기술을 이용함으로써 첨단제품 양산에 선행해 현재 6, 7%인 세계 D램시장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HNS의 경영체제 조정은 이미 국내 반도체사업 철수를 결정한 신일철과 마지막으로 D램사업에 승부수를 던지는 히타치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히타치로서는 국내와 비교해 인건비 등 고정비가 싼 싱가포르에서 최첨단 대량생산거점을 추가출자 없이 산하에 둠으로써 효율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또 신일본제철은 이미 포기한 사업에 대한 경영부담을 줄이면서 주식은 그대로 보유해 전문업체인 히타치의 성공에 의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수익환원을 기대하고 있다.
히타치의 이번 대규모 투자를 포함한 D램사업 계획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데 히타치측은 성공할 경우 지난해 연간 1000억엔이 넘는 D램 적자를 한번에 흑자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사 반도체사업 역사에서 최대 모험을 걸기로 했다고 밝혔다. 히타치는 지난 84년부터 시작한 D램사업을 배경으로 일본 반도체업계 1위 자리를 넘보기도 했으나 첨단제품에 대한 시장 선점에 고전하면서 현재는 NEC·도시바와의 격차가 한층 벌어진 상태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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